
중국 동북 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북한 주민 대상 ‘문화상호발전협력사업’은 단순한 문화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정교한 대외 문화 공작의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중국은 조선(북한) 주민들이 한국이나 미국 콘텐츠보다 중국 콘텐츠를 볼 때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덜 느낀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조선 사람들이 중국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수용 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사업에서 중요하게 고려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이에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북한 주민들이 ‘덜 위험한 외부 정보’로 여길 만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생활 밀착형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영상이나 중국어 교육 관련 영상 등 정치성이 낮고 유익한 콘텐츠의 유입을 통해 ‘중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침투’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
또한 중국은 반복적인 콘텐츠 노출을 통해 중국 문화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단순히 중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문화를 ‘익숙한 것’,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겠다는 게 중국의 목표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 주민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데 인력과 예산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더 많은 콘텐츠를 더 많은 지역에 투입하는 데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조선 주민들은 중국에서 뭘 보여줘도 새롭다고 느낄 테니 무엇을 얼마나 자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압도적인 양으로 승부하는 ‘문화 폭탄’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USB, SD카드, MP5 동영상 재생 기기 등을 무역 인편을 통해 들여보내거나 중국에 파견된 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북한 내에 들여가는 등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를 유입시키려 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선 주민들이 한국 콘텐츠도 계속 찾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에 감정적으로 더 친숙함, 익숙함을 느끼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며 “결국 중조(북중) 공동 문화 정체성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장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대북 영향력 후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이러한 대외 문화 전략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이 스스로 민주주의 수출을 포기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콘텐츠 유입이 점점 힘을 잃게 되면 중국만이 실질적 콘텐츠 공급자가 될 수 있고, 이는 중화문화 확산의 절호의 기회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중국은 외교 전략으로도 이 사업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에 호감을 갖는 조선의 간부들과 청년들을 통해 대중 우호 정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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