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초·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공급된 교복의 질이 너무 떨어져 장마당에서 원단을 사 맞춤 교복을 해 입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초·고급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장마당 원단으로 맞춘 교복을 입는 것이 일종의 ‘맵시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특히 외모에 민감한 여학생들일수록 국가 교복을 입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공급한 교복은 ‘붕붕 뜨는’ 질 낮은 혼방 같은 천이라 앉았다 일어나면 엉덩이부터 무릎까지 주름이 줄줄 생기고 맵시도 없는 데다 빨면 파란 물이 빠진다”며 “남학생들은 그냥 참고 입는 경우도 있지만, 여학생들은 그런 교복을 아예 입으려 하지 않아 장마당에서 천을 사다 맞춤 교복을 해 입히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맞춤 교복은 장마당에서 산 원단을 옷집(옷을 가공하는 개인 가정집)에 맡겨 제작하는 식인데, 한 벌에 북한 돈으로 15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만원은 장마당에서 쌀 15kg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라는 점에서 가정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학부모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다리미로) 치맛주름도 펴기 힘든데, 그럴 바에 차라리 돈 들여 교복을 제대로 만들어 입히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다.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이 국가에서 공급된 교복 대신 맞춤 교복을 입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단속이 비교적 강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제재나 통제가 거의 없어 맞춤 교복을 입는 것이 하나의 경향, 유행처럼 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학교 담임 교원이나 소년단, 청년동맹 지도원들도 학생들이 맞춤 교복을 입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며 “국가가 공급한 교복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지적을 받거나 단속되는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교복 공급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대 사랑’의 일환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공급한 교복의 질이 한참 떨어지고 볼품없어 정작 사회적으로는 ‘국가 교복을 입으면 체면이 구겨진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현재 초급중학생용 봄 교복은 자주색 재킷과 넓은 주름치마로 돼 있는데 중앙에서는 색상과 형태만 맞추라고 할 뿐 원단에 대한 품질 기준은 전혀 없다”며 “도나 시 단위에서 각자 원단을 조달하다 보니 납품을 맡은 돈주들이 값싼 천을 밀어 넣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2000년대 초부터 시장경제가 확산하고 그 흐름 속에 맞춤 교복 시장도 활성화돼 왔는데, 국가에서는 이를 단속하며 질 낮은 공급 교복을 입으라고 강요하니 오히려 반발만 커졌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품질이 워낙 나빠 결국 돈을 들여 다시 맞춰야 할 정도니 이제는 국가에서 뭘 준다고 해도 전혀 반갑지 않다”며 “처음에는 무조건 국가 교복을 입으라고 하면서 통제하더니 지금은 통제도 흐지부지됐고, 그래서 ‘솔직히 우리가 알아서 살아가게 가만히 두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