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새로 나온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마는 지방 농장 간부들의 허풍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성시를 비롯한 도내 시·군 주민들 사이에서 총 20부작으로 돼 있는 연속극(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이 인기가 높다”면서 “지방 농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현실과 거의 비슷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당 드라마는 북한 당국이 2022년 5월 채택한 ‘허풍방지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법은 사회 전반에 걸친 허풍 및 허위·거짓 보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농업 생산에서의 허풍 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드라마는 백학리 농장에 새로운 리당비서가 부임하면서 기존 간부들 사이에 만연했던 허풍과 관료주의, 형식주의가 사라지고 농장에 변화와 봄이 찾아오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간부들이 책임감 있게 일을 추진하고 심부름꾼의 자세로 임할 때 농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농민들 역시 주인의식을 가질 때 농사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식통은 “이 연속극은 영농 작업이 한창인 시기에 농장 간부들과 농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라며 “농사가 잘되지 않는 원인을 ‘허풍만 일삼는 간부’, ‘주인다운 태도로 일하지 않는 농민’에게 돌리며 기강을 다잡고 농업 생산량 증대를 추동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본 주민들은 농장의 실태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다뤘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허풍 행위를 일삼는 현실의 간부들을 비판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주민들은 “농장의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간부들이 정작 농민들을 위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며 허위 보고에만 몰두해 온 게 사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또 “간부들은 자기 배만 부르면 그만이지 여태껏 농민들이 굶어 쓰러져도 신경 쓴 적이 없다”,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어 저들끼리 짜고 식량을 빼돌리니 농민들은 먹을 식량이 없어 배를 곯는다”는 등 토로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편에서는 농장들이 알곡 실적을 내지 못하는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드라마의 내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어떤 주민들은 ‘농장 간부들이 계획 수행을 못하면 우(위)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기 때문에 허풍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간부들의 처지를 일정 부문 이해하고 두둔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민들 속에서는 “허풍 행위를 하도록 조장한 근본적인 책임이 당국에 있는데 왜 그 모든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비료나 종자를 자체로 해결하라고 하면서 가을에 계획 이상으로 가져가지 않느냐”, “각종 명목을 붙여 계획보다 더 많은 양을 가져가니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분배 몫이 줄어들어 배를 곯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과연 누구의 탓이냐”는 말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일부 주민들은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의 방영을 당국의 책임 전가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어, 체제에 대한 불만을 낳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소식통은 “농장들에서 알곡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간부나 농민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끝도 없이 내려지는 계획 때문이라는 의견이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