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나섰던 탈북민들, 이동시켜 주는 中 운전자 신고로… 

이송 비용도 받고 신고 포상금도 받고…이중 이익 얻으려 신고하는 운전자들에 한국행 더 위험해져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지난 2월 중국에서 한국행에 나섰던 탈북민 2명이 공안에 체포됐다가 최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들이 붙잡힌 건 이들을 차에 태워 이동시키는 중국 현지 운전자의 신고 때문이었는데, 최근 이런 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9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2월 초순 지린성에 살던 50대, 30대 탈북민 2명이 한국에 가기 위해 나섰다가 탈북민들을 차량으로 이동시켜 주며 돈벌이하는 중국인 운전자 A씨의 신고로 공안에 붙잡혔다.

탈북민들은 후난성에 도착해 다른 차량으로 갈아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공안에 체포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후난성에 도착하기 전 이들을 태웠던 운전자가 공안에 신고하면서 공안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공안은 탈북민들이 타고 있던 차량을 정지시키고 검문한 뒤 탈북민들을 연행해 갔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은 체포 당시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꼈지만, 자신들을 태워 이동시켜 준 A씨가 공안에 신고했다는 사실은 체포 후에 알게 됐다고 한다. 후난성에서 붙잡혀 연행되는 과정에서 공안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서야 A씨가 신고하고 공안에 협조까지 했다는 것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공안이 A씨의 신고를 받고도 곧바로 탈북민들을 체포하지 않고 후난성에 도착하기까지 기다렸던 것은 이들 탈북민을 이동시켜 주는 다른 운전자도 함께 붙잡으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실제 체포 당시 탈북민들을 다음 장소까지 이동시키려던 중국인 운전자 B씨도 함께 붙잡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한국행에 나선 탈북민들은 릴레이 형태로 구간 구간 차량을 갈아타 가며 이동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며 “이는 공안의 감시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인데, 최근 일부 운전자들이 탈북민들의 동선을 공안에 몰래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탈북민들을 이동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또 중국 당국으로부터 일종의 포상금 형태로 금전적 보상까지 받는 식으로 ‘이중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공안에 신고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운전자들은 처벌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도 한국행 탈북민들을 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경을 넘는 일이 어려워져 탈북민들이 결국에는 공안에 붙잡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고, 그렇다면 그동안의 이동 과정에 연루돼 있는 본인들까지 문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신고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려 한다는 설명이다.

즉, 돈은 돈대로 챙기고 처벌은 면하려는 중국인 운전자들로 인해 탈북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탈북민들도 한국에서 신분을 갖고 마음 편히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하는데 공안의 감시가 갈수록 강화되고 운전자들의 신고까지 잇따르면서 한국행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며 “한국행에 나서는 탈북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안에 붙잡혔던 탈북민 2명은 다행히 지난달 말 풀려났지만, 후난성에 도착한 이들을 차량에 태워 다음 장소로 이동시키려던 운전자 B씨는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