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겪는 北 농장원들, 생산계획 달성 강조에 염증

매일 같이 헌신·충성 강조되는 상황에 "가마뚜껑 열어봐야 들어갈 먹거리도 하나 없는데" 원성

2019년 6월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모습. 한 밭에서 북한 주민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보릿고개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북한의 농장원들이 매일 같이 목표 달성을 다그치는 농장 간부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7일 데일리NK 북한 함경남도 소식통은 “현재 금야군의 한 농장만 보더라도 소속된 농장원 세대의 절반 이상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있고, 작년보다 굶는 세대가 더 많은 상황”이라며 “농장원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 눈치 없는 농장 간부들의 선전 때문에 농장원들의 불평과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금야군의 농장들에서는 리당비서, 관리위원장, 기사장 등 농장 간부들이 매일 같이 현장에 나와 작업반장, 분조장들을 모아놓고 생산계획 달성을 강조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금야군의 한 농장에서도 관리위원장이 작업반장과 분조장들을 불러 모아 “일심단결해 올해 농사 생산계획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리위원장은 작업반장과 분조장들에게 “생산계획을 달성해야 가을에 가서 분배 몫이 늘어난다고 작업반원들과 분조원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말을 전해 들은 농장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에 그지없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나아지는 게 없으니, 헌신이나 충성을 강조하는 말들에 콧방귀를 끼고 있는 실정”이라며 “농장원들도 학습이나 강연회에서는 죽은 듯 듣고 있지만, 일하는 농장 밭에서까지 헌신과 충성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불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분배를 앞세워 농장원들을 부려 먹었으나 한 번도 제대로 분배를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열심히 일해 많이 생산할수록 가을에 분배 몫이 늘어난다’는 말을 곧이듣는 농장원들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제는 농장원들이 사탕발림에 더는 속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비난의 화살은 작업반장이나 분조장들에게 향하고 있다. 농장원들은 농장 간부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는 작업반장이나 분조장들을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계획 달성을 강조하며 분배를 운운한 농장 관리위원장의 말을 그대로 전한 한 분조장은 분조원들로부터 “우리가 지금 그런 말을 듣게 생겼냐”, “가마뚜껑 열어봐야 들어갈 먹거리가 하나도 없는데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라는 원성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상황 파악을 잘하고 걸러 전하는 것도 분조장들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라며 “허기진 몸으로 일하는 것도 고역이고 이렇게 일해도 돌아오는 게 없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만 하는 신세를 탓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게 지금 여기(북한) 농장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