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해 화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리 정부까지 나서서 관련 정보를 쏟아냈음에도 침묵을 지켜왔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 같은 돌발 행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 본다.
1.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서면 입장문 형태로 발표
북한에서는 당연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 권력자지만, 이번 참전 공식화는 ‘무력 총사령관’ 명의가 아닌 ‘국가 집단(당중앙군사위위원회)’ 명의로 발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도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지도자 개인숭배만이 아니라 체제와 제도의 안정성을 병행 강조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가 기구의 공식적, 사무적 절차를 강조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움직이는 현대적 주권국가’처럼 보이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또한 이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보낸 ‘서면 입장문’ 형태로 밝혔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앙군사위원회 → 서면 입장 작성 →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 공식 발표라는 과정을 거치면 일종의 ‘공식 절차’를 거친 정책처럼 보이게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는 북한도 다른 국가처럼 ‘정책 생산→공적 보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우크라이나=신나치’ 세력으로 규정
북한이 그동안 ‘나치즘’을 ‘제국주의의 극단적 형태’라고 규정해 왔다는 점에서 반미·반서방 의식 주입 강화 일환으로도 읽힌다. 즉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을 하나의 ‘제국주의 연합’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에 대한 경계심과 적개심을 지속 심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서방 제국주의에 맞선 정의의 투쟁’이라는 식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이번 보도에서도 북한은 ‘로씨야(러시아) 영토’의 해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과 연결시켜 주민들에게 ‘당과 수령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또한 북한이 세계 안보의 중심국가처럼 주목받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부추기고 체제 충성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3. 참전 군인들을 ‘영웅’으로 부각
북한은 역사적으로 전쟁터에서의 희생을 미화해 왔다. 이번에도 참전 병력의 희생을 ‘조국을 위한 영웅적 투쟁’으로 포장하며, 주민들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순교·영웅담 선전이 강화되고, 주민들에 대해서는 ‘살아남은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식의 선동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참전 군인이나 지원자들의 희생을 미화하는 새로운 영웅담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와 참전 결정을 연계해, ‘최고존엄의 결단을 받들어 싸운다’는 식으로 충성심 고취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참전만으로 끝나지 않고, 주민들에게 후방 지원(충성 자금 모금, 생산량 증대 등)을 강요하는 ‘내부 총동원’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4. 참전 인정과 내부 결속과의 상관관계
종합적으로 북한은 단순히 외교정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 통치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이번 이슈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참전을 인정한 데에는 단순히 전략적 목적뿐 아니라, ‘소문 확산 통제 실패를 선제적으로 수습하려는 현실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언비어 유포자는 반역이라고 공포 분위기를 이미 조성했음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오히려 공식화를 통해 민심을 관리하려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파병·포로 소문 유포는 곧 반역”…북한군, 강력 통제 나섰다)
참전의 공식 인정과 함께, 북한은 이를 체제 결속의 소재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 위대한 싸움을 왜곡하거나 비방하는 자는 반역자’, ‘참전 영웅들을 모욕하는 것은 수령과 당을 모독하는 것’ 등의 프레임을 만들어 소문 유포자에 대한 처벌 명분을 얻고, 주민 감시 체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역효과 가능성
일단 사상자가 속출했다는 사실(사망자 600명 포함 4700여 명 사상, 국가정보원 4월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 보고)이 알려지면 주민들 사이에 불만과 공포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전 병력의 소식이 끊기거나, 죽음이 은폐되면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당국이 원하는 ‘애국 열기’를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은 ‘결국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전은 오히려 반감과 냉소를 부를 수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참전을 인정함으로써,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추가 제재 표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무기 제공 증거가 명확해질 경우,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북한 지원을 더욱 꺼리게 될 수 있다. 또 이 같은 상황은 북한 주민들의 이반 현상을 오히려 더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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