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즈음해 상(喪)을 당한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한 가족이 관습대로 삼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2일 만에 서둘러 장례를 마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민족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생일에는 슬픔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3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안주시의 한 50대 남성이 지난 13일 새벽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는데,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15일에는 슬퍼할 수 없게 돼 있어 유족들이 2일 만에 서둘러 장례를 마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역대 최고지도자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로 여기며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은 그가 태어난 지 50주년인 1962년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데 이어 1968년부터는 정식 공휴일로 지정됐고, 1972년 환갑을 계기로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격상됐다.
북한 당국은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4월 15일이 다가오면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해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충성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함께 축하하며 기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실정으로 북한에서 4월 15일 당일은 슬픔을 드러내 보이는 행동이나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는데,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러야 했던 안주시의 유족도 이 때문에 삼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하루 앞당겨 장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상실감이 클 텐데 장례마저 관습대로 치르지 못하는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오랜 병을 앓다가 떠난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것인데 명절 때문에 슬픔도 애써 묻어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 것은 장례를 치른 가족들이 15일 당일 각종 경축 행사에 참가해야 했던 점”이라면서 “행사에 참가하지 않으면 충성심 부족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 가족은 슬픔을 억누른 채 행사에 참가했는데,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세상 어디 있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는 수령을 신격화하며 집단으로 충성심을 표출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슬픔과 고통은 철저히 무시되고 배제되는 북한 사회와 체제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수령을 하늘이 내신 분으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가족이 슬픔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수령의 탄생을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면서 “수령님(김일성)의 생일과 장례 날짜가 겹치는 경우 슬픔조차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오히려 겉으로는 어떻게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