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잠시 주춤했던 북한 시장 곡물가가 다시 치솟는 모양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9500원에 거래됐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 13일 평양 시장의 쌀 가격은 9100원이었는데, 2주 만에 4.4%가 뛰어오른 것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준으로 쌀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의 쌀 1kg 가격은 9700원으로, 2주 전 조사 때 가격(9300원)보다 4.3% 상승했다.
북한의 시장 쌀 가격은 지난 3월 말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9500원, 혜산 9700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달 초중순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을 기해 4%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내 하락폭 만큼 가격이 다시 뛰어올라 또다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27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의 가격은 4300원으로, 직전 조사 때 가격(4100원)에서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혜산의 한 시장 옥수수 1kg 가격도 2주 전보다 6.1% 올라 4510원을 기록했다. 북한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4500원을 넘어선 것은 본보가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이다.
북한 곡물 가격은 밀과 보리 등 대체 작물 수확 전까지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외부에서 반입된 수입 곡물이 시장에 얼마나 풀리느냐에 따라 우상향 곡선의 기울기가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화 환율의 경우 북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 원·위안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27일 평양의 원·달러 환율은 2만 2000원으로 지난 13일 조사 당시보다 2.3% 상승했다. 신의주와 혜산의 원·달러 환율도 이와 비슷한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북한 원·위안 환율은 지역별로 3%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7일 신의주와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3120원으로, 2주 전보다 각각 2.8%, 3.1%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가 하면 이번 조사에서 유류 가격이 상승한 것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디젤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평양 시장에서 디젤유 1kg은 북한 돈 2만 160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13.1% 급등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폭으로 디젤유 가격이 급등했는데, 27일 혜산 시장의 디젤유 1kg 가격은 2만 18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젤유 가격의 급등은 봄철 농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내부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표적인 수입 식료품인 식용유와 설탕, 밀가루 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밀가루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27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밀가루 1kg의 가격은 1만 1200원으로, 2주 전 조사 때보다 14.3% 뛰어 올랐다.
지난해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일제히 상승할 때도 밀가루는 러시아로부터 수입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밀가루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급등한 것은 수입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