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다양한 자재를 활발히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북한은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 다른 경로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중국으로부터 섬유, 전자제품, 건설 자재, 식료품 등 다양한 물품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을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이나 창바이(長白)를 통해 대거 북한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훈춘을 통해 나선으로 들어가는 화물 트럭에는 냉장고, 냉동고, 선풍기, TV, 전기밥솥 등의 생활 가전제품이 많이 실렸다는 전언이다.
또 가발, 눈썹, 손목시계 등 역외가공 형태의 물품 원자재도 지린성 훈춘을 통해 북한 나선으로 반입되고 있고, 자동차 부품, 설비, 기계, 철강, 알루미늄 등의 대북제재 품목도 훈춘 취안허(圈河) 세관을 통해 나선 원정리 세관으로 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10톤 이상의 화물을 적재한 트럭이 하루에 많게는 300대 이상 훈춘 취안허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는 중국 세관 당국이 지린성 훈춘~나선 원정리, 지린성 창바이~양강도 혜산 경로로 북한에 반입되는 물품에 대해 비교적 느슨한 통관 검사를 실시하고, 세관 비용도 높게 부과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훈춘은 세관 비용이 싸고, 제재 품목도 웬만하면 통과한다”며 “전자제품이나 알루미늄 같은 물건은 훈춘이 아니면 육로로 북한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했다.
과거 북중 육로 무역의 중심지였던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평안북도 신의주로 이어지는 무역 경로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품목에 대한 반출입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에 따르면 이달 초 단둥 세관을 통해 신의주로 이동한 화물 트럭에는 쌀, 가공식품, 설탕, 식용유 등 식료품과 산화칼륨(횟가루), 바닥재, 상하수 배관, 변기, 샤워기 등 건설 자재가 실려 있었다.
단둥~신의주 경로를 통해서도 다양한 물품들이 중국에서 북한에 반입되고 있지만, 이 경로로 북한에 들어가는 것들 중에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은 찾기 어렵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중국 세관 당국이 단둥 세관에서 북한으로 반출되는 물품에 대한 통관 검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훈춘이나 창바이보다 비싼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품목 반출이 가능한 경로와 그렇지 않은 경로를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동~신의주 경로의 경우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 소속 트럭이 수시로 오가는데, 비교적 소규모의 트럭이지만 여기에 적재된 화물에 대해서는 중국 세관 당국이 통관 검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이를 통해 사치품 같은 것들이 북한에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