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간부 잦은 교체에 영농 자금 대출 꺼리는 돈주들

본격적인 농사철 앞두고 ‘선거래’ 위축…돈 안 빌려주려는 돈주들에 농장들 자금 마련 ‘골머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22일 “지금 전국적으로 농업생산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들이 입체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며 “토지 정리로 벌방 농촌으로부터 산골 농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포전들이 기계화 포전으로 전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농장 간부들이 영농 물자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장 간부들의 교체가 잦은 탓에 간부들을 보고 영농 자금을 빌려주던 돈주들이 대출해 주기를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농사가 시작되는 봄철이면 농장마다 한 해 농사에 필요한 비료, 종자, 연료 등 영농 물자를 마련하기 위해 자금을 빌리고 가을 수확물로 갚는 이른바 ‘선거래’를 체결하는데, 올해는 이런 선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농 자금 대출은 대부분 경제적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이 해주는데, 최근 농장 간부들의 잦은 교체로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발생하자 돈주들이 영농 자금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고리대를 하는 사람들이 지역 형편에 맞춰 작업반장이나 분조장과 거래를 했지만, 올해는 농장에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거래에 나서려면 간부가 가을까지 자리를 지킬 거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간부들이 수시로 처벌을 받으니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북한 당국이 ‘특대형’ 사건이 발생했다며 자강도 우시군의 농업감찰기관 비리 사건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이후 농장 간부들에 대한 검열과 단속이 한층 강화된 상태다. 이후 농장 간부들에 대한 잦은 교체가 이뤄지면서 간부들을 보고 영농 자금을 대출해 주던 돈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돈을 빌려 부족한 영농 물자를 마련하고, 농장원들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특별식도 마련해야 하는 농장 말단 간부들은 그동안 선거래를 해왔던 돈주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있지만, 돈주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사실 농장 간부들과 돈주는 대출 액수, 대출 날짜, 가을에 갚을 곡식의 종류와 양 등을 장부에 적는 식으로 선거래를 체결하는데, 이것은 어떠한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돈주 입장에선 농장 간부에 대한 믿음,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소식통은 “작업반장들이나 분조장들이 가을에 수확하면 식량으로 갚겠다는 말만 믿고 돈주들이 돈을 내줬다가 그 간부가 철직되거나 처벌받으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며 “국가가 간부들에게 칼날을 세우고 있으니 어떻게 그 간부를 보고 돈을 빌려 주겠느냐”고 했다.

북한 당국의 계속된 간부 기강 잡기로 영농 자금 대출 거래 분위기가 바짝 얼어붙고 있고, 돈주들은 영농 자금을 대출해 주더라도 최소한의 돈만 빌려주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그래도 최소한의 선거래라도 되는 곳은 간부들이 몇 년씩 자리보전을 하면서 착실한 믿음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번에 새로 임명된 간부들은 쌓아온 믿음이 전혀 없어 최소한의 선거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농장원들은 국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농장 사람들은 이런 상황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요구한 대로 어떻게든 부족한 것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서 ‘자력갱생’을 해보려고 해도 국가가 발을 맞춰주지 않으니 자력갱생도 못할 상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