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양 송환된 ‘좋은 일꾼’…보위성 무능만 드러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가해자로 지목됐던 보위원 최성철이 평양으로 송환된 데 이어 최근 또 다른 두 명의 보위원 한광진과 송명남도 소환됐다.

이들 역시 최성철과 유사하게 노동자를 대상으로 돈을 갈취하는 등 부정부패 정황이 포착됐는데,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내사를 진행해 왔다. 유사 사건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책을 실시한 셈이다.

국가보위성이 문제 있는 이들을 평양으로 송환했지만 크게 처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조용한 지방으로 배치해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분이 좋은 점도 있지만 이들을 엄벌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파견한 보위원들이 해외에서 노동자 인권을 유린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초 제보를 받아 러시아 파견 북한 보위원 최성철의 비리 행각을 조목조목 기사화한 이후에도 국가보위성은 이와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내부 조사를 벌인 끝에 처벌은커녕 “최성철은 좋은 일군(일꾼)”이라 결론 내렸다.

국가보위성은 북한 체제 수호의 최전선이라 불린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보위성은 노동자 보호보다는 철저한 감시와 착취, 상납 요구로 일관해 왔다. 최성철은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제2, 제3의 최성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을 것이다.​

또 국가보위성은 이 모든 사실을 ‘몰랐다’기보다는 ‘알면서도 묵인’해 왔다. 무능이라기보다 의도적 방조, 혹은 자기 보호적 무관심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사건의 끝에는 늘 그렇듯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 언어도, 법도, 보호도 없는 땅에서 가족과 떨어져 중노동을 견디는 사람들. 그들에게 최성철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었다. 생살여탈권을 쥔 절대 권력자였다. 그리고 그 권력자가 제도에 의해 철저히 보호받는 상황이다.​

국가보위성 정치국이 지난달 말 하달한 ‘해외 현장 회사 조직 통제 체계 재정비’라는 방침도 ‘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 절제’가 핵심이지, 사실상 북한 노동자 권리 보호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북한은 이번에도 체제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잃은 것은 더 크다. 노동자 한 사람의 존엄, 진실을 고발할 용기, 그리고 무너진 정의감까지. 부당한 대우의 울부짖음을 외면하면 언젠가는 책임을 물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이에 데일리NK는 피해받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또는 해외 거주 북한 주민들과의 소통을 지속하고자 한다. 그들의 전하는 진실의 기록이 북한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데일리NK는 ‘해외에 계신 북한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해외체류 북한인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배너를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