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간부들 명절 인사 차림용 선물 보니…’이것’ 가장 선호

술·담배는 가장 기피하는 선물 품목으로 꼽혀…"건강 따지는 문화가 문명한 것이라는 인식 생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전하며 “수도의 거리마다에서 경축의 환희가 넘친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맞아 평양의 고위 간부들이 하급 간부들로부터 인사 차림용 선물을 받은 가운데, 간부들이 선호하는 선물 품목이 과거와 사뭇 달라져 주목된다. 과거에는 술이나 담배가 선호하는 선물 품목이었으나 최근에는 다들 기피하는 품목이 됐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지난 9일부터 4·15 명절 인사 차림 기간이 이어졌다”며 “올해는 간부들이 명절 인사 차림으로 딸라(달러)나 건강 관련한 제품을 받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였고, 예전 같았으면 좋아했을 술이나 담배는 썩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국가 기념일마다 하급 간부들이 상급 간부의 집을 찾아가 명절 선물을 건네는 위계적인 인사 차림 문화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매년 명절마다 인기 선물 품목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 간부들이 가장 선호한 선물은 단연 미국 달러가 담긴 봉투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환율 상승으로 북한 내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명절 선물로 ‘달러 봉투’가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달러 다음으로 간부들이 선호하는 선물 품목은 사향(麝香), 웅담(熊膽) 같은 고급 약재류나 개성고려인삼 또는 인삼차 세트 등 건강식품으로, 북한에서는 대체로 이를 ‘건강하고 품위 있는 선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반면 간부들이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선물 품목으로는 술과 담배가 꼽혔다.

소식통은 “올해 명절 인사 차림으로 술이나 담배를 주면 고위 간부들은 ‘이젠 이런 건 받기 싫다’는 말을 대놓고 할 정도였다”며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명절을 앞두고 하급 간부들 사이에서는 ‘윗 간부들이 가장 기피하는 품목 1위는 양주, 2위는 담배, 3위는 중앙당 의약품연구소에서 생산한 정력강화주’라는 정보가 돌았다고 한다. 정력강화주는 비위생적이라는 평가가 많아 평상시에도 선물로 잘 주고받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런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술이나 담배를 들고 상급 간부의 집을 찾아간 하급 간부들은 “술먹고 일찍 죽으라는 거냐”, “눈치도 없이 담배를 가져왔냐”는 등 노골적인 핀잔을 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은 술이나 담배를 들고 가면 ‘도로 가져가서 주고 싶은 사람 주라, 건강 해치는 물건이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술과 담배가 더는 뇌물로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특히 지난 1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앙당 간부들에게 절주·금연을 지시한 것도 이런 현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외국 영상물을 보고 소식도 듣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평양 고위층을 중심으로 건강과 위생을 따지는 문화가 문명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어 앞으로 이런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