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시장에 북한산 건해삼이 대거 유통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중국인들이 투자해 세운 북한 내 양식장에서 무분별하게 해삼을 채취해 이를 밀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와 황해남도 등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된 북한산 건해삼이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등 중국 변경 도시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에 따라 2017년 8월 이후 북한산 수산물은 수출이 전면 금지됐지만 해삼은 여전히 ‘밀수 효자 품목’으로 불리며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북한산 건해삼은 중국 고급 요리 재료로 인기가 높다”며 “최근 중국 시장에 풀린 해삼들은 기존에 수입됐던 해삼보다 크기가 작은 대신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기 이전 중국 시장에서 북한산 건해삼은 500g에 80~100개 정도가 들어있고 2600위안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500g에 해삼이 120~150개가 들어 있고 가격은 1200위안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삼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개체수가 많고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런 북한산 건해삼이 중국인들이 투자해 세운 양식장에서 북한 주민에 의해 무단 채취된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인 수산업자들은 코로나 이전 북한 영해를 임차해 양식장을 세우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중국으로 가져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으로 올렸다.
하지만 2020년 1월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인 수산업자들은 양식장을 두고 빈손으로 철수하게 됐고 현재까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지금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북한산 해삼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에 의해 채취된 것”이라며 “상품성이 떨어지는 해삼들을 채취해 말려두었다가 중국에 밀수로 파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황해남도 룡연군에 연안에 양식장을 세웠다는 한 중국인은 “코로나 이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이라는 나라에 양식장을 두고 나가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떠나는 꼴”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지금 중국 시장에서 싼값에 팔리는 북한산 해삼들을 보면 중국인의 양식장에서 키운 해삼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며 “양식장에 큰돈을 쏟아부었는데, 수익은커녕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중국인 수산업자들에게 수산물 가공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과거보다 질 높은 상품을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중국인은 “과거 북한의 해삼 가공 기술은 소금을 과도하게 첨가하는 등 형편이 없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 중국인들이 북한 양식장에 투자하고 북한 사람들에게 수산물 가공 기술을 전수하면서 지금은 북한산 가공 수산물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투자를 하면서 양식장 구조물이나 양식 기술, 수산물 가공 기술까지 전수한 중국인들에게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며 “북한은 주민들의 도둑질을 묵인하고 있고 누구도 중국인들의 피해를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