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도 전해진 가운데,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통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확산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숨통이 좀 트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낙관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파면 소식이 보도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변화에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 긴장 상황을 내부 통제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돈벌이하는 이들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와 그에 따른 내부 통제 강화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어온 주민들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코로나19 이후로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단속이 심해졌는데 이에 더해 한국과의 사이도 악화돼 주민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한 통제를 받게 됐다”며 “중국 손전화에 한국 전화번호 하나만 저장돼 있어도 간첩죄로 처벌을 받는데, 실제로 체제를 위협하려 한 게 아니라 그저 생계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중국 휴대전화로 외국, 특히 한국과 연락하는 행위를 반사회주의, 반국가 범죄로 간주하며 강하게 처벌해 주민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로써 주민들에게는 남북관계가 나빠질수록 단속 및 통제 강도가 높아진다는 인식이 뚜렷하게 자리 잡혔고, 이에 한편에서는 한국과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식통은 “이제는 한국이 ‘적대국’으로 됐기 때문에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연계했든 연락하는 행위는 일절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이 한국의 정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의 파면 소식은 단속과 통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져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단속과 통제도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주민들은 보고 있다.
소식통은 “지금처럼 단속이 심할 때는 중국 손전화를 켜는 것조차 두려운데, 앞으로 한국 대통령이 바뀌어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단속도 조금은 풀어지지 않겠냐는 기대와 희망의 말들이 조심스레 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주민들은 남조선(남한) 대통령이 바뀌면 좀 나아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며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정세가 풀리면 외부와의 연결이 더 이상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단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의 한 40대 주민은 “요즘은 중국 전화기를 가지고만 있어도 간첩으로 몰릴 판”이라며 “그래서 돈벌이가 막막해지고 불법 장사에 따르는 위험도 높아졌는데, 남조선 대통령이 떨어졌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앞으로 숨통이 조금은 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 하루 만인 5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괴뢰 한국에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선고했다”며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채택된 결정에 따라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즉시 파면됐다”고 간략히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