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 부문 창작가들 불러 모아 대사상투쟁회의 진행

당 선전선동부 주도로 열려…중국에 미술작품 팔아 돈벌이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2명 공개 비판

2018년 9월 19일 당시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방문한 평양 만수대 창작사 입구.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말 평양에서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하에 문학예술 부문 창작가들을 대상으로 사상투쟁회의가 열린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6일 평양시 모란봉극장에서 문학, 음악, 가극, 무용, 미술, 영화, 텔레비죤극(드라마), 연극, 경희극 등 모든 문학예술 부문의 창작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大)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당 선전선동부 부원 2명이 내려와 주도했으며,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장시간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회의는 분야별 창작가 1명씩 무대에 올라와 창작 과정에 나타난 비사회주의적인 현상들을 자체 비판 토론하는 것에서 시작해 비사회주의 행위로 안전기관에 넘겨진 만수대창작사 소속 2명의 창작가에 대한 공개비판으로 이어졌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2명의 창작가는 이미 2월 초부터 안전기관의 수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날 회의에 참가한 창작가들은 회의의 목적이 창작에서의 태만과 비사회주의 현상을 일반적으로 비판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2명의 창작가가 무대로 끌려 나오자 그제야 왜 이날 회의가 열리게 됐는지 그 진짜 목적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대에 올려세워진 2명의 창작가는 올해 2월 국경을 통해 중국에 미술작품들을 팔아넘겼다가 중국에서 무역일꾼들을 관리하는 보위원의 신고로 적발됐다.

회의를 주도한 당 선전부 부원들은 이들을 가리켜 “당에서 기껏 공부시켜 재능을 꽃피워주었더니 외국에 미술작품을 몰래 팔아 돈벌이하다가 적발된 자들”이라면서 “창작에서의 태만이 왜 일어나고 혁신적인 작품들이 왜 못 나오는 줄 아느냐. 머리통이 글러 먹어서 그렇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2명은 이날 회의에서 온갖 비난과 비판을 받은 후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 나갔는데, 회의에 참가한 창작가들은 이 모습을 보며 모두 기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편, 회의가 끝난 뒤 창작가들 속에서는 이날 회의를 집행하러 나온 당 선전부 부원들에 대한 뒷담화가 돌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다른 때는 회의 집행 전에 당 선전부의 누구라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아예 없어 ‘이건 우리 창작가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쉬쉬하면서 무뢰한들, 건방진 자식들이라고 조용히 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