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공급 중단 해결책 마련 나선 시당, 주민들은 ‘반신반의’

영예군인 신소 편지가 발단…관계 부문 일꾼들은 수도관 몽땅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

북한 강원도 원산시의 한 도로.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화물트럭이 오가는 길을 가로질러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원산시 당위원회가 물 문제로 고생하는 주민들의 상황을 살피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2일 “원산시당은 앞서 한 달 동안이나 지속된 상수도 중단 문제를 놓고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실태 조사를 벌여 대책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원산시 내 주요 주민 지대들에서는 땅이 얼어붙는 등의 요인으로 거의 한 달 동안 상수도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최근 날씨가 조금 풀리면서 시당이 본격적으로 상수도 공급 문제 해결에 나섰다.

무엇보다 시당은 비단 날씨 때문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상수도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수십 년간 물을 길어 먹고 사는 주민들이 아직도 시내에 절반 이상 된다는 실정을 파악하고, 지난달 중순 철저히 실태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 시당의 실태 보고 지시는 인민반 인민반장들에게까지 전달됐는데, 여기에는 오랜 기간 상수도를 보장받지 못했다면 그 연도나 시점을 상세히 밝히고 어떤 것이 확실한 대책으로 될지도 아는 선에서 최대한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도 시당은 추운 날씨에 한 달 정도 상수도 공급이 끊긴 문제는 당장 날이 풀려 해결해 볼만 하다면서 시급히 대책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시당이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한 영예군인(상이군인)의 신소 편지가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산시의 한 영예군인은 신소 편지를 통해 아내가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 아파트 3층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허리뼈를 다쳐 일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상수도 공급 문제를 호소했고, 이로 인해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시당이 긴급하게 진행한 회의에서도 상수도 공급은 인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며, 특히 영예군인과 같은 공로자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당은 상수도 공급 체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급도 안 되는데 물이라도 마음놓고 쓸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상수도 공급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아는 관계 부문 일꾼들은 “수도관들이 죄다 녹슬고 터져서 몇 군데 땜질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몽땅 드러내고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원산시의 주민들은 “물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인데 이제라도 시당이 해결책을 찾겠다며 나서니 다행이지만 이것이 과연 시당이 나섰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