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강냉이’ 먹다 걸린 병사, 얼차려 중 복통 호소했는데…

군단병원 실려 갔지만 수술 도중 숨져…열악한 식량 사정이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

2020년 7월 양강도 혜산에서 샹급 군인이 하급 군인들을 상대로 얼차려를 주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강원도 소재 1군단에서 썩은 강냉이(옥수수)를 몰래 주워 먹다 걸려 얼차려를 받은 병사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병사는 평양 출신의 20대 초반 청년으로, 복무한 지 꼭 1년 만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31일 “1군단 2사 경비중대에서 복무하던 김 모 병사가 지난 22일 얼차려를 받던 중 장불통(장폐색) 증세를 호소해 군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며 “개복 수술에 들어갔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고, 결국 수술 도중 사망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병사는 식량창고 보초를 서던 중 문턱 아래 쥐구멍을 통해 창고 내부에 있던 ‘뜬 강냉이’를 막대기로 긁어내 몰래 섭취했다. 뜬 강냉이는 보관 중 곰팡이가 피거나 썩은 강냉이를 말한다.

그는 수일간의 보초 근무 중 이렇게 뜬 강냉이를 몰래 주워먹다 일찍 교대 나온 보초장에게 발각돼 곧바로 얼차려를 받게 됐다. 김 병사와 비슷한 시기 입대한 또래 병사들까지도 한밤중에 불려 나와 단체로 기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초장은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던 김 병사의 배를 구둣발로 걷어차면서 “보초병이 지켜야 할 위수 규정을 어긴 책임이 있다”며 체벌을 정당화했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김 병사를 향해 “꾀병 부리지 말라”고 으르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김 병사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는데,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배가 꼬인다”며 신음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낀 보초장이 군의소에 연락을 취했고 김 병사는 곧 군단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수술 도중 숨을 거뒀다.

특히 김 병사의 수술을 담당한 군의들은 그의 뱃속에 소화가 채 되지 않은 썩은 강냉이가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굶주림만 없었더라도 살 수 있었을 목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군단의 열악한 식량 사정이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병사의 시신은 군 복무 중 사망하는 경우 부대 인근에 매장한다는 북한군 내부 사망자 처리 원칙에 따라 강원도 현지에 묻혔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평양에 있는 가족들은 김 병사의 시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장례를 치를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1군단 2사 정치부에서 얼차려를 함께 받은 또래 병사들을 불러 당시 상황과 평소 군 생활에 대해 소상히 적어내게 했는데, 대부분 ‘배가 고파서 썩은 강냉이를 주워 먹은 적 있다’, ‘나도 김 병사처럼 맞아 죽을 뻔했다’는 내용이었다”며 “중대 내 사관들의 구타가 평소에도 심했다는 진술도 많아 사단 정치부에서는 이번 일로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을 예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