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지방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에서 각종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쏟아진다던 제품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평안북도에서는 구성시, 구장군, 운산군 등 3곳이 지난해 지방공업공장 건설 대상지로 선정돼 공사가 진행됐고, 그중 운산군에서는 지난달 7일 지방공업공장은 준공식이 열렸다”며 “국가에서는 준공식과 함께 시제품을 소개하고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고 선전했지만, 아직까지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앞서 운산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여러 장 게재한 바 있다. 보도된 사진들을 통해 운산군에 식료공장, 옷공장, 일용품공장이 새로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문은 당시 보도에서 “운산군의 상표를 단 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흐뭇한 광경을 마주한 (준공식) 참가자들이 격동된 심정들을 저저마다 토로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주민들이 “공장이 들어서기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주민들은 “떠들썩하게 준공식을 열었지만, 쏟아진다던 제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색다른 제품이나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된장, 간장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여전히 군부대, 돌격대, 노동자 합숙소, 물자공급소 등 필수 공급 대상에 우선 배정되면서 일반 주민들은 공장에 다니는 종업원들이 뒤로 조금씩 빼돌리는 것을 뒷거래해야 맛보거나 써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은 실질적인 생산보다 행사 준비, 위생 사업, 나무 심기, 정치학습 등의 부수적인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확보된 원료를 아껴가며 최소한의 생산을 유지하면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방식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공장을 운영하는 일꾼들에게는 실제 생산량보다 ‘공장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원료를 확보하는 대로 적당한 수준에서 가동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2월과 4월에는 광명성절과 태양절 행사가 있어 충성의 노래모임, 국토 보수, 나무 심기와 같은 사회적 동원 일정이 많아 일단 그 이후로 종업원들이 원료 확보를 위한 부업지로 대거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당정책의 요구대로 지역특색의 새 제품개발에 박차를-20개 시, 군들에 새로 일떠선 식료공장들에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산을 낀 곳에서는 산을, 바다를 낀 곳에서는 바다를 잘 이용할 데 대한 당정책을 받들고 20개 시, 군의 식료공장 일꾼들과 노동자, 기술자들은 자기 지방의 원료에 의한 특색있는 식료품개발과 생산에 힘을 넣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은 지방공업공장 건설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실생활에서 큰 변화를 여전히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공장이 새로 생겼다고 된장, 간장, 기름을 만들 원료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라면서 결국 보여주기식 공장 건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