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에 한숨짓는 탈북민 가족…보위원 미행에 발길 돌리기도

일거수일투족 감시에 심적 고통 호소…이웃 주민들조차 "탈북한 가족 둔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

2019년 2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보위기관의 감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한 탈북민 가족은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경 지역으로 향하다 보위원들의 미행에 결국 발길을 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22일 함흥시에 거주하는 탈북민 가족이 친척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국경 지역인 함경북도 회령시로 향했다가 보위원들이 미행에 붙은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에 살고 있는 탈북민 가족들은 소위 ‘위험분자’로 취급돼 일반 주민들에 비해 몇 배나 심한 감시를 받는다.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여행증명서라도 발급받으려면 승인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고, 특히나 국경 지역으로의 이동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탈북민 가족들이 국경으로 가서 탈북을 시도하거나, 외부 정보를 접하거나, 송금을 받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 보위기관은 이들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륙지역인 함흥시에 사는 이 탈북민 가족도 이런 이유로 보위원들로부터 미행을 당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가족은 이미 전에 회령에 사는 친척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1월부터 일찌감치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 나섰고, 겨우 어렵게 발급을 받았다.

그러나 출발할 때부터 보위원들이 따라붙어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뒤쫓아온 통에 결국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거주지인 함흥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괜히 자신들 때문에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는 친척이 불편함, 불안함을 느낄까 우려해 결국 발길을 돌렸다는 것.

소식통은 “이후에 이 같은 사연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졌는데, 이웃들은 ‘여행증명서를 받으려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에는 가족 행사에 참석도 못하고 돌아왔으니 얼마나 마음이 무너져 내렸겠느냐’, ‘탈북민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 행사조차 마음 편히 참석할 수 없는 게 여기(북한) 현실이다’, ‘탈북한 가족을 둔 것이 그렇게나 큰 죄가 되느냐’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북민 가족들은 보위원들의 지나친 감시 때문에 여럽게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동하기도 어렵고, 결혼식과 같은 가족 행사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형편에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보이지 않는 철창 속에 갇혀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하든 늘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가고 있고, 이런 감시와 압박은 탈북민 가족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한 탈북민 가족은 ‘탈북한 가족이 있다는 것으로 낙인찍힌 순간부터 죄인이 된 기분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숨 쉬는 것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든 것이 감시되고 보고된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점점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며 탈북민 가족으로 사는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