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양시의 20대 대학생 커플들 사이에서 공동명의 통장을 만들어 저축하는 문화가 생겨나 서서히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연애의 진정성을 상징하는 이색적인 ‘커플통장’ 문화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 눈길을 끌고 있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27일 “4월 1일 개학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달 중순부터 갑자기 평양의 젊은 대학생 연인들 사이에서 공동명의로 된 ‘약속통장’(커플통장)을 개설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저금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조용히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4월 1일 개학을 앞두고 연애를 시작하는 대학생 커플들이 늘어나면서 커플통장을 개설해 저축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2020년부터 북한에서 18세 이상 공민이면 누구나 개인은 물론, 두 사람 이상이 공동명의로 통장과 카드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커플통장 저축 문화가 생겨날 수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은 대학생 남녀가 연애를 시작할 때 함께 학생증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약속통장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됐다”며 “대학생 연인들은 연애(데이트) 비용이나 기념일 준비용으로 각자 통장에 돈을 넣는데, 자연스레 책임감이 생기고 돈을 대하는 태도도 알아가게 되니 좋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커플통장 개설은 서로 간에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학생 커플들에게는 견고한 사랑을 밑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공동자금 관리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런 문화는 중산층 가정 출신의 대학생 커플들 사이에서 비교적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또 요새 대학생 청년들은 경제관념이 있는 상대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어 하는데, 함께 커플통장을 관리하면서 상대의 경제 감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생 커플들은 통장에 누가 얼마를 넣었는지 그대로 기록되니 만약 헤어진다고 해도 깔끔하게 저축한 돈을 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다만 부모 세대는 이런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은행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도 있는 데다 후에 돈을 두고 싸우게 되면 어쩌냐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잘라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은 감정 돈은 돈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성숙한 연애와 사고방식이라는 인식이 청년들 속에 자리잡혀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 평양의 대학생들은 혁명적 동지애로만 사랑하던 부모 세대와 다르다”며 “연인 사이라도 딱딱 계산하고, 서로 손해보지 않으며 사랑하는 것이 지금 청년들의 연애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런 문화를 특별히 문제시하거나 통제하려 들지는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오히려 청년들이 국가 은행 체계를 자발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연애 중 개인 돈을 똑같이 모아 나눠 쓰겠다는데 안전부가 나서서 제기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