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서 봄옷 반입 활발…시장 반응 조사 이제는 필수

40~1000위안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밀무역 업자들 손해 줄이려 무조건 견본 작업 거쳐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겨울이 가고 봄기운이 찾아오면서 북한 국경지역에서는 봄철에 맞는 의류 반입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요새는 과거와 달리 주민들의 선호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상품들이 수입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최근 혜산시에서 밀무역 업자들이 세관을 통해 각종 의류를 들여오고 있다”면서 “이에 최근 혜산 시내 장마당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봄철 속옷부터 겉옷까지 다양한 의류가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장마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봄철 의류의 가격대는 중국 돈 40위안부터 1000위안 사이로 다양한데, 40위안에서 500위안 사이 가격대의 의류는 일반 주민들이 찾고, 500위안에서 1000위안 사이에 판매되는 의류는 중국 브랜드 제품으로 경제력 있는 주민들이 주로 구매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류들은 밀무역 업자들이 이달 중순까지 여러 종류와 가격대의 옷을 견본 형식으로 들여와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 선별해서 본격적으로 들여온 상품들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최근 주민들의 의류 소비 수준과 눈높이가 크게 높아지면서 밀무역 업자들 사이에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거래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며 “과거에는 새로운 형태(디자인)의 상품만 소량을 들여와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수입하는 방식이었으나 지금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의 모든 옷들을 견본 작업한 뒤 선별해 들여온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값싼 상품을 들여오면 주민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결국 팔지 못하고 중국으로 다시 반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일이 견본을 들여와 반응을 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지난 2월 40대의 한 의류 밀무역 업자가 ‘가격이 저렴하면 잘 팔리겠지’라는 생각으로 8만 위안어치의 의류를 들여왔다가 상품 질이 안 좋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외면받아 전량 다시 중국으로 반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업자는 의류 수입을 위해 지불한 와크(무역허가증)비과 포장비 등 각종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 결국 1만 위안 정도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제는 과거처럼 가격만 눅다(싸다)고 해서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생활 형편이 어려운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민들의 옷에 대한 눈높이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가격이 눅다고 해도 상품의 질이 보장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장마당에서 사람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게 요즘 시장 분위기”라면서 “그래서 이제는 밀무역 업자들이 가격이 싸든 비싸든 반드시 견본 작업을 거쳐 시장에서 확실히 팔릴 제품만 들여오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상품을 들여와도 재고가 남아 돈이 잠기기 일쑤였는데, 요새는 상품이 팔리지 않아 돈이 잠기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의류뿐만 아니고 웬만한 상품들도 다 사람들의 수요에 맞게 들여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적자를 보는 건 한순간”이라면서 “그래서 요즘 밀무역 업자들 사이에서는 견본 작업과 수요 조사가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잡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