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견된 북한 무역일꾼들 사이에 비트코인 투자 열풍

당국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가장 은밀하고 안전하게 자산 보유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인식

비트코인 이미지./사진=pixabay

중국에 파견된 북한 무역일꾼들이 최근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무역일꾼들 사이에서 가상화폐는 개인 자산을 은밀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비트코인(BTC) 투자를 시작한 북한 무역일꾼이 크게 증가했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한 번에 적게는 5000위안(한화 약 100만원)에서 수십만 위안에 달하는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대형 무역회사에서 1년에 300만 달러(약 44억원) 이상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하는 일부 무역일꾼들의 경우 8만 달러(약 1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산 광물을 수출하거나 중국에서 전자제품 또는 설비·기계를 북한으로 반입시키는 일을 하는 무역일꾼들은 최소 수십만 달러의 돈을 움직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을 개인의 몫으로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은 암호화폐가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난 2021년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불법화하고 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인터넷망으로는 암호화폐 관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으나 많은 중국인들은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 무역일꾼들도 VPN이 깔린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북한 무역일꾼들은 중국인 대방(무역업자)들에게 VPN이 설치돼 있는 휴대전화를 구해줄 것과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자를 연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자를 통해 초기에 가상화폐 계좌를 열고 이후에는 북한 무역일꾼들이 직접 가상화폐를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식이다.

이렇게 북한 무역일꾼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개인 자산을 가상화폐로 보유하면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자산을 가지고 있거나 중국 계좌에 돈을 입금해 놓는 경우 당국의 감시망에 걸릴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자산 압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자산을 보유하면 본국에서 급작스럽게 소환 명령이 떨어지거나 당국에 의해 자산을 압수당하는 일이 발생해도 가상화폐는 당국에 의해 추적당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가상화폐를 가장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인식하고 있다.

소식통은 “비트코인 계좌를 가지고 있는 무역대표들은 돈을 ‘가장 안전한 곳’에 넣어 뒀다는 말을 한다”며 “북한 사람들은 자산을 불리려 하기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