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로 탄원하라 요구하는 여맹 조직에 여성들 반발

"남편과 아이들에게 다 떠맡기고 외지로 떠나라니"…시당에 신소도 했지만 되레 지적 당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양강도 여성들이 당 창건 80주년의 성과 달성을 위해 지방발전 정책의 주요 전구들로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가정주부들이 타지의 원료기지 건설에 탄원할 것을 요구하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의 요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24일 “사리원시 여맹위원회가 가두여성(가정주부)들에게 당분간 집을 떠나 타지의 원료기지 건설에 돌격대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이에 동의하도록 설득하고 서명을 받는 형식으로 돌격대를 모집하고 있다”며 “이에 일부 여성들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여맹은 원료기지 건설이 도내 지방공업공장의 원료기지 확보를 위한 중요한 당 정책적 사업이라며 설사 가정이 있는 여성들일지라도 당의 정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달 중순부터 돌격대 모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시 여맹은 시내 모든 여맹원들이 교대로 다 원료기지 건설에 나가야 한다면서 여성들에게 의무감을 심으며 돌격대 탄원에 동의하는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돌격대로 나가는 것이 국가에 충정을 다하는 일이지만, 당장 가족이 먹을 것도 땔 것도 부족한 형편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다 떠맡기고 외지로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여맹의 돌격대 모집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식통은 “사리원시의 한 제대군인 여성은 아직 손길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와 남편을 시모에게 맡기고 돌격대에 탄원해야 한다는 답답함에 같은 마음인 가두여성들의 의견을 모아 시당위원회에 신소를 냈지만, 신소를 접수한 시당은 오히려 이것은 당의 방침이라는 점을 강하게 꼬집었다”고 전했다.

여맹이 여맹원들을 설득해 외지의 건설 현장에 보내려 한 것은 본래 도당위원회의 의중에 따른 것이었으나 겉으로는 여맹이 나서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동안 여성들의 비난은 모두 여맹 조직에 향했다.

그러나 신소에 대한 시당의 반응에서 이것이 당적으로 내려온 사업이라는 점을 모두가 알아차리게 됐고, 이에 여성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시당은 이번 사안은 도내 지방공업공장들의 원료확보를 위한 당 정책적 사업으로 도내 주민들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일이니 도내 주민들인 여맹원들도 다같이 원료기지 건설에 떨쳐나서야 하며 여성이라고 당 정책을 외면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소를 접수한 시당은 여맹원들이 돌격대 탄원에 반발을 보인 배경과 조직 내 설득 과정 조사에 들어갔으며, 신소를 제기한 여성이 속한 여맹 조직은 물론 동당위원회에 대해서도 내부 추궁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도 여성들은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책임지는 여성들로 돌격대를 조직해 외지에 보내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라며 여전히 내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