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 뺑소니로 숨져…전력난에 CCTV도 ‘무용지물’

용의자 검거에 난항…"쓸모없는 CCTV 설치할 돈으로 쌀 공급하는 게 낫지 않나" 주민들 맹비난

북한 강원도 원산시의 한 도로.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화물트럭이 오가는 길을 가로질러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손수레를 끌며 운반 일을 하던 40대 남성이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는 CCTV가 있었지만 전력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일 이른 새벽에 발생했다.

피해자 40대 남성 강모 씨(가명)는 이른 새벽부터 손수레에 짐을 싣고 평성 시장 주변에서 운반일을 하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사고 후 한참이 지나 길을 가던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평성시 안전부는 뺑소니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지만, 사고 지역에 설치돼 있던 CCTV가 정전으로 작동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소식통은 “CCTV가 있어도 정전이 잦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이번 사고처럼 이른 새벽에 발생한 사고는 목격자마저 없어 범인이 잡힐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작동하지도 않는 CCTV를 뭐 하러 설치하는지 모르겠다”, “쓸모없는 CCTV를 설치할 돈으로 차라리 주민들에게 쌀을 공급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숨진 강 씨는 평성시 역전동에 거주하던 주민으로, 슬하에 10대 아들 2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 가족은 동네에서 작은 매대를 운영하는 아내의 벌이로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두 아들을 키우기에는 수입이 턱없이 부족해 강 씨가 지난해부터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대신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8·3 노동자’로 개인 돈벌이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평성 시장 주변에서 짐을 운반하는 일명 ‘구루마꾼’으로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 주민들로부터 성실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특히 주민들이 시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성행하면서는 시장에서 그를 찾는 상인들이 많아 수입을 꾸준히 얻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강 씨는 평소 부지런하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남자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며 “거기에 더해 성격까지 좋아 그에게 고정으로 운반 일을 맡기는 상인이 많아 다른 구루마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에도 강 씨는 이른 새벽부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손수레를 끌고 돈벌이에 나섰다가 차량이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이 때문에 주민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강 씨의 장례식은 지난 12일 치러졌는데 그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몸져누워 아직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변 주민들은 사람을 치고 달아난 차량 운전자는 물론이고 범인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는 안전부의 무능함에 대해서도 맹비난하고 있다”며 “전기가 없어 CCTV가 있어도 사용을 못 하고, 사람을 죽게 한 범인도 잡지 못하는 게 지금 여기(북한)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