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파견 北 노동자들 돈 못 받아 불만 폭주…관리자와 갈등

고향에 짐 보낼 수 있게 돼도 정작 선물 살 돈이 없어…현지 중국인들 "노예가 따로 없다" 혀 끌끌

중국 랴오닝성의 한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쉬고 있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장기간 중국에 파견돼 있는 일부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특별 휴가는 물론 고향으로 짐도 부칠 수 있게 허가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사기 위해 맡겨둔 임금 일부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관리 간부가 이를 거부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3년 넘도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최근 닷새간의 특별 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짐을 보낼 수 있도록 허가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노동자들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조별로 교대 외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노동자들은 이 기간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관리 간부에게 그동안 맡겨둔 임금 일부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북한 관리 간부들은 노동자들이 중국 공장으로부터 받은 임금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국가계획분으로 떼고, 남은 돈은 개개인별로 장부에 기록해 보관하다가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돌려주는 식으로 임금을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관리 간부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립해 두고 있는 셈인데, 이번에 노동자들에게 돈을 내주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3년 넘게 벌어 관리자에게 맡겨둔 임금을 받지 못하자 불만이 폭발했다”며 “이 문제로 관리자와 노동자 간 싸움이 일어나 중국 사람들이 이를 중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의 거센 불만에 관리 간부는 결국 현금을 일부 지급했으나, 극히 적은 금액이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선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몇몇 노동자들은 중국인 지인들에게 돈을 꿔서 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어떤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짐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반기면서도 정작 보낼 선물을 살 수 없자 속상함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리 간부는 이번에 발생한 소란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하부 관리자인 작업반장들에게 이번 일이 밖으로 절대 새어 나가지 않게 하라고 입단속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난핑(南坪)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이유로 관리 간부를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한 만큼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일을 겪은 노동자들은 귀국할 때 힘들게 번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선물 살 돈도 못 받았는데 귀국할 때 돈을 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이번 일을 알고 있는 중국인들은 조선 노동자들이 비린내 나는 공장에서 하루 종일 손발이 부을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데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서 노예가 따로 없다고 혀를 찬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보내는 짐에 샴푸, 비누, 세제 등 생필품만 담고 전자제품은 일절 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최근 중국 단둥(丹東) 세관이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가져가는 개인 짐에 전자제품이 포함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열하고 있으며 전자제품이 발견될 경우 압수 조치도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中 세관, 귀국 北 노동자 짐 검사 철저…”전기밥솥도 NO”)

노동자들이 관리 간부로부터 “생필품 위주로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최근의 이런 중국 세관 측 분위기와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