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뒤 이어진 토론서 나온 ‘이 발언’에 한바탕 웃음바다

자력갱생 강조하는 학습 뒤에 뼈 있는 우스갯말 던져…"맨날 자력갱생 타령이니 올려받친 것"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풍경.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라는 선전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정치사상 학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토론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성시의 한 식료공장 여성 근로자가 정기 학습 후 이어진 토론에서 뼈 있는 우스갯말을 던져 현장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드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시의 한 식료공장에서는 지난 13일 ‘자력갱생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가속화하자’라는 주제로 당원·근로자 학습반 정기 학습이 진행됐다.

이날 학습을 주도한 학습 강사는 학습에 앞서서 학습이 끝나는 대로 오늘 학습 주제를 놓고 토론을 진행할 것이라고 미리 단단히 공지한 뒤 학습을 시작했다.

이는 앞서 개성시 당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정기 학습 자료를 하달하며 학습 강사들에게 학습 참여자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학습 내용을 토대로 근로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전개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학습 강사는 주제에 맞게 “지금이야말로 자력갱생의 기치 아래 사회주의 건설을 밀고 나가야 할 시기”라며 “자력갱생 혁명정신을 발휘해 공장의 생산력을 제고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게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학습을 마무리한 뒤, 학습 강사는 학습 참여자들에게 본격적으로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현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학습 강사는 계속해서 토론을 유도했지만, 학습 시간 내내 고개를 까딱이며 졸던 참여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한 여성 근로자가 정적을 깨고 나섰다. 자진해 토론에 나선 이 여성 근로자는 “우리 공장에서도 자력갱생을 하고 있다”며 경험담을 공유했는데, 그 내용이 “창고 문이 고장났는데 부속품이 부족해 여자들이 뺀찌(펜치)를 들고 철사를 꼬아 만들어 자체로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여성 근로자의 발언에 현장 분위기는 일순간 묘한 기류로 휩싸였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고, 그러다 이내 곧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연단에 서 있던 학습 강사는 난감한 듯 웃어 보이며 “그것도 물론 자력갱생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장의 생산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자체적으로 찾는 것”이라고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그렇게 학습과 토론이 모두 끝난 뒤 이날 학습에 참여한 근로자들은 “그 여자가 자력갱생이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겠느냐. 맨날 자력갱생 타령이니 올려받친(들이받은) 것이다”, “그 여자 덕분에 오늘 학습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특히 한 근로자는 “만약 남자가 저런 말을 했다면 분위기가 싸늘해졌을 텐데 그래도 여자가 해서 웃고 넘어가 다행이었다”면서 “괜히 토론까지 하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당위원회는 이번 정기 학습이 끝난 뒤 “근로자들이 당적 요구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학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토론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