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을 포함한 이른바 ‘불순녹화물’과 출처 불명의 외부 전자문서 유통을 철저히 단속하라며 당원 간 상호 감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당원들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해주시 당위원회는 이달 초 당세포 등 하위 당 조직에 이달 당사업으로 불순녹화물과 외부 전자문서 이용·유포 차단 및 감시 강화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시당은 당원들에게 “가정과 직장, 마을 등에서 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당적 양심과 예리한 시선으로 이를 주의 깊게 살피고 문제점을 찾아내 당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시 당위원회는 모든 당원들에게 동료와 이웃 등 주변 사람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상 동향을 보고하라는 ‘분공’(분담 과제)를 내리는가 하면, 당원 간 비판 대상을 선정해 호상(상호) 비판을 진행할 것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시당은 “형식적으로 호상 비판을 진행하거나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우 정치적 책망과 비판이 따른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의심하고 철저히 감시해 비판점을 찾아 고발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당원들에게 상호 감시 강화를 지시하자, 일부 당원들은 “당원이 스파이냐”며 이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 사람들은 호상 비판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당적 분공이라는 것은 본래 인민경제 계획이나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당원들에게 각자 분담할 업무를 주는 것인데 이렇게 스파이 활동까지 시키니 왜 힘들게 당원이 된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하는 당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원으로서의 명예는 점점 사라지고 당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러니 입당은 하면 좋고 안 하면 더 좋은 것으로 여겨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등 주민 사상 통제와 관련한 법을 제정해 외부에서 유입된 영상이나 음악, 문서 등을 보고 듣거나 이를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불순녹화물과 출처 불명의 외부 전자문서 이용 차단을 당사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런 것들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며 “아무리 당원들이 나서서 감시를 강화한다고 해도 이런 행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