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라선시에서 장애가 있는 한 40대 여성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라선시의 40대 불구(장애)자 김모 씨가 탄내(연탄가스)를 마시고 사망했다”며 “딸 하나를 혼자 키우면서 힘들게 살아왔던 김 씨가 갑자기 탄내로 딸과 함께 사망하자 다들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 사망 사건은 지난 1일 발생했다.
당일 김 씨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토요 생활총화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여맹원들이 그의 집에 방문했다가 딸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평소 생활난에 시달렸던 김 씨는 입고 나갈 옷조차 변변치 않아 강연회 같은 여맹 조직행사에는 잘 참여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매주 진행되는 토요 생활총화에는 꼬박꼬박 참여했는데, 이날 총화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자 여맹원들이 그의 집을 찾아간 것이다.
여맹원들이 김 씨 모녀를 발견했을 당시 딸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고, 김 씨는 희미하게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에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 씨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는 친인척도 없는 형편이어서 지역 안전부가 동사무소에 사망 신고를 하는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고, 이후 여맹 조직과 인민반이 합동으로 김 씨 모녀의 장례를 치러주고 유품들도 정리했다고 한다.
다만 소식통은 “김 씨의 집을 정리하면서 여맹원들이 눈물바다가 됐다”며 “집에 남아 있는 식량이라고는 한 그릇 정도의 옥수수 가루와 몇 숟가락 분량의 소금이 전부여서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걸릴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던 김 씨의 딱한 사정을 여맹원들이 몸소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가정에서 갖추고 있는 간장, 된장, 식용유 같은 기본적인 식료품이나 남새(채소) 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물건도 별로 없어서 집 정리하러 갔던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어떻게 이렇게 가난하게 살았나 마음이 아파 다들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더욱이 김 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가 있어 직장 생활이나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 여성이 궁핍한 생활을 하다 딸과 함께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민위원회나 동사무소에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줬더라면 이렇게 안타까운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도 “불쌍한 모녀가 안타깝게 사망했음에도 인민위원회나 동사무소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동네 주민 세대들이 돈과 쌀을 모아서 제사상을 차리고 장례를 치러줬을 뿐”이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