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일 북한의 모든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일제히 새 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각 학교들에서는 교복 수선 작업이 한창이다.
과거에는 공업품 상점에서 교복 공급과 수선이 이뤄졌으나 현재는 학교가 교복 수선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 교사들이 여러 가지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하는 일 때문에 교원들의 업무가 많아졌다”며 “학생들의 교복에 이름표를 달고 바지 단을 올리는 것까지 학교에서 담당하니 그 일이 모두 교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교복 공급 방식을 변경했다. 상업망을 통해 교복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의 옷 치수를 미리 재서 수선까지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옷 입어보는 칸’(탈의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피복공장에 수선을 의뢰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한 소학교는 구역 당위원회로부터 교복 공급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비품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을 급하게 탈의실로 꾸몄다고 한다. 또 부랴부랴 피복공장에 수선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교복 공급을 학교가 담당하게 되면서 교사들은 새 학기 수업 준비보다 교복 공급과 관련된 일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들은 피복공장의 수선 담당자가 학교에 방문할 수 있는 날짜를 조율한 뒤 이를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모든 학생이 옷 치수를 잴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피복공장에 찾아가 수선이 완료된 교복을 직접 실어 오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 교사들은 “학교가 공업품 상점 같다”며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함흥시의 한 초급중학교 교사는 “아침에 학교로 나올 때 공장에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며 “하루 종일 치수 재고, 피복공장 담당자와 연락하고, 교복 수선 관련된 일만 하니 언제 교수 준비를 하겠느냐”고 토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가 교복을 공급하게 되면서 교사들의 업무가 더욱 과중해졌다는 점을 눈치챈 일부 학부모들은 교복 수선을 학교에 맡기지 않고 미리 교복을 받아 개별적으로 수선하거나 또는 똑같은 모양의 교복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은 사제(私製) 교복을 구해 입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당국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교복은 원단이 얇아 쉽게 찢어지고 빨리 해어져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비싸더라도 시장에서 더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교복을 사서 자식들에게 입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왜 굳이 교복 공급 방식을 변경해서 교원들을 번거롭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원도 교원이지만 학부모들도 교원들 눈치를 보다 보니 새로운 교복 공급 방식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