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짙은 북한에서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들을 위해 꽃을 선물하거나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남편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올해 3·8절에는 꽃다발을 들고 다니거나 기념품(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상점을 서성이는 남자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는데, 요즘엔 이렇게 다정한 남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해 3·8 국제부녀절에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경축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번 3·8절에도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체육 경기, 예술 공연 등의 문화·오락 행사가 진행됐고, 거리 곳곳과 TV 등에서는 ‘안해(아내)의 노래’, ‘여성은 꽃이라네’ 등의 노래가 흘러나와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근래에는 국가적으로 3·8절을 경축하는 분위기가 각 가정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만큼은 남편들이 아내들을 대신해 아침 밥상을 차리고, 꽃다발과 소소한 선물까지 건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언제부터인가 남편들이 3·8절에 아침밥을 차리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남편이 차려준 아침밥을 먹은 여자들이 다니면서 하도 자랑을 해대니 이제는 많은 남자들이 3·8절에는 아침밥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3·8절에 남편들이 아내들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주는 모습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에 이날 아내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로 신의주시 친선동에 사는 한 40대 여성 이모 씨는 이번 3·8절에 남편에게서 결혼 후 처음으로 꽃다발과 편지를 받은 사실을 전하며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씨는 “남편이 쓴 축하장(편지)에 ‘우리 가정의 웃음과 행복을 책임지는 ○○○동무, 3·8부녀절을 축하하오.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겠소’와 같은 낯간지러운 내용이 있어 깜짝 놀랐다”, “꽃다발이라는 게 정치적인 행사에나 오고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개나리나 들국화도 아니고 이렇게 화려한 꽃다발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기쁜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북한 남성들이 3·8절 하루 아내들에게 가사 봉사나 선물로 애정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3·8절이 지나고 나면 여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남편에게 받은 것들을 자랑하기 바쁘다고 한다.
다만 생활난에 쌀 가격보다 비싼 꽃다발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장미꽃, 함박꽃, 은방울꽃 등이 들어 있는 화려한 꽃다발을 하나 사려면 1만원 이상이 든다”며 “이 돈이면 쌀 1kg을 사고도 남으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번 부녀절에 남편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는 이 씨 역시 “기념일이라고 챙겨주는 꽃다발은 처음 받아봐 기분이 좋긴 했지만, 장마당 쌀값보다 비싼 꽃을 받는 게 아까워서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니 또 사오지는 말라’는 말을 했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