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사회에서 체제와 다른 생각을 품는 주민을 가차 없이 처벌하는 노동당의 ‘차별’이 여전하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한 가족이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 덮개도 없는 화물차에 실려 맹산군으로 추방됐다. 그런데 그 추방 이유가 황당하다. 한국 드라마 유포와 더불어 조상이 6·25전쟁 당시 한국군에 동조해 치안유지에 참여한 적대계급 출신이라는 트집을 잡았다는 것이다.
온 세계가 존중하는 k-문화를 공유한 게 찬 바람 부는 산지로 내던져질 정도의 죄일까? 그리고 21세기에 아직도 고리타분한 출신성분 타령을 해야만 할까?
이러지 않으면 김정은과 노동당이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 보면 해방 이후 김씨 일가는 권력 유지를 위해 정치범, 종파, 곁가지 등 말도 안 되는 용어를 써가며 관리소(정치범수용소)까지 만들어 놓고 짐승도 낯을 붉힐 사악한 짓을 일삼아 왔다.
현재 북한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적 원칙이라는 건 예로부터 전해온 게 아니라 노동당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신의 후대들이 계급이라는 집단으로 나뉘어 차별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삶을 영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출신이 중요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부모와 조부모의 출신을 보고 현재의 행위를 평가하면서 그가 우리 편인지, 적인지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 때부터 붉은 넥타이를 매게 하면서 ‘한국은 곧 적’이라는 사상을 주입하고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심는 것이다.
김정은과 노동당 지도부는 무리를 지어 살면서 서로 의지하려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를 양산하고 있다. 나아가 ‘모든 건 적의 잘못’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자기들의 잘못을 감추는 데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대적 관념을 고취하면서 차별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제 인권 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2025 세계자유지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단체가 매긴 북한의 올해 자유 지수는 100점 만점에 3점으로, 세계 208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이 단체는 세계 모든 나라들의 자유권 실상에 대하여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부문으로 구분하고 북한에 각 0점, 3점을 주었다. 이로써 북한은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되었고, 67개국의 자유롭지 않은 국가 중 17개 국가만이 선정된 ‘최악 중의 최악’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권력 유지가 우선인 독재자라고 해도 사람이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더는 사람을 ‘우리’와 ‘적’으로 나누어 계급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차별하고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김정은과 노동당은 권력 유지를 위해 5000년 동안 이어져 온 한민족의 역사를 거부하고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생존, 교육, 노동, 조직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에 국가가 출신, 가정환경, 지역, 성별의 차별을 용인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는 속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