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대신 ‘현실’ 택한 김일성종합대학 예비 졸업생 사연

평양 시민권 포기하고 지방에서의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삶 택해…주변 지인들 안타까움 토로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화면캡처

졸업을 앞둔 김일성종합대학 남학생이 사랑 대신 현실을 선택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배치를 앞둔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지금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특히 평양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평양 정착을 꿈꾸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졸업 후 평양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갈지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대 졸업을 앞둔 김모 군(가명)도 이런 고민에 휩싸인 학생 중 한 명이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김 씨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뛰어난 성적으로 도(道) 영재학교를 거쳐 북한 최고의 명문대인 김일성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지방과는 전혀 다른 평양에서의 삶을 경험한 김 군은 평양에 정착해 사는 성공적인 미래를 꿈꾸며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학과 선배의 소개로 평양 출신의 후배 여대생 정모 양(가명)과 인연을 맺었고, 몰래 3년간 연애를 이어갔다.

정 양의 아버지는 평양의 한 기계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였고, 그 가족은 시장에서 장사는 어머니의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 군은 정 양과의 결혼도 생각했으나 양쪽 집안 사정상 졸업 후 평양에 남아 결혼해 살게 되면 사실상 얻는 것은 평양 시민권 하나일 뿐,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릴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소식통은 “지방 남자가 평양 여자를 만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다. 여자의 집안이 힘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 평양에 살아도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런 배경이 없으면 결국 평양에 사는 가난한 시민이 될 뿐”이라며 “평양에서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지방으로 추방당할 수 있어 이를 피하려면 절대적으로 힘(권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군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평양 시민이 될 권리를 얻는다는 것은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집념에 가까운 목표였지만, 현실적인 부분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군은 지난 1월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고, 어머니는 평양에서 어렵게 사는 것보다 지방에서 윤택하게 살며 사회적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기를 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손꼽히는 한 간부의 딸과 맞선을 보라고 제안했다.

맞선 상대는 경공업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식료공장에서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으로 탄탄한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어, 이 여성과 결혼해 살면 김 군은 평양에서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

결국 김 군은 심사숙고 끝에 3년간 사귄 정 양과 결혼해 평양에서 하층민으로 살아갈 대신 지방 권력가의 딸과 결혼해 힘 있고 돈 있는 상류층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김 군의 선택에 주변 지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평양에서 어렵게 사느니 지방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낫다며 똑똑한 결정이라고 말하는 지인도 있었지만, 현실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택한 것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지인들이 유독 많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김 군의) 동료들은 ‘평양에서 살아가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평양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며 “여기(북한)서 결혼은 단순한 감정 그 이상으로, 앞으로의 경제적인 삶이나 사회적 계층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