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치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의 친척집에 방문한 지방의 여학생이 처음 보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겁을 먹고 멈춰서면서 벌어진 사고였는데, 이를 두고 지방 주민들은 지역 격차를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정평군에 사는 한 모녀는 이달 중순 평양에 있는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방문했다.
혁명의 수도라 불리는 평양은 아무 때나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라 이 모녀는 이번 계기에 평양 시내 구경에 나섰는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차마 웃지 못할 사고가 벌어졌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이 난생처음 마주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두려움에 순간 발을 떼지 못하고 얼어붙자 먼저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어머니가 황급히 딸의 손을 잡아당기려다 실수로 치마를 잡아끌어 허리춤이 찢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
여학생의 어머니는 당황스럽고 화끈거리는 그날의 사건을 본 거주지인 정평군에 돌아와 주변 이웃들과 지인들에게 이야기했고, 이내 이 일은 하나의 평양 방문 일화로 지역 내에 퍼졌다고 한다.
정평군 주민들은 초반에 “평양 사람들은 여학생의 치마가 찢어졌는데도 인정머리 없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냉담했다더라”하는 식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점점 평양과 지방 간 지역 격차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한 모녀의 평양 방문 일화가 지방의 낙후성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실례로 주민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은 평양을 방문하고 온 모녀가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양과 지방의 차이를 없애려면 한 세기는 더 걸릴 것”, “쓸데없이 식료공장이나 일용품공장을 짓는 것보다 제대로 된 교통수단이나 있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금도 지방에 식료공장이나 일용품공장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지방 주민들은 공장이 있어도 원료가 없어 공장이 서있는데도 공장들이 일떠선다고 자랑처럼 선전하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방 사람들이 평양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기름이나 된장 같은 것은 장마당에서 사 먹으면 되고 지금까지 그렇게 먹고 살아왔다. 우리 지방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그림의 떡인 공장이 아니라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실질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정평군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이 전날(24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 주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에 따라 내놓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이다.
한편, 이번 모녀의 일화를 전해 들은 일부 주민들은 “친척이 없더라도 평양에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양 사람들은 지방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데 우리는 죽기 전에 평양에 가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등 이동이나 여행의 자유가 제한된 현실을 씁쓸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