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신의주-단둥 일대 ‘국경 물류 특구’ 조성 협의

선양 소재 중국 공기업과 북한 내각 대외경제성 간 협상 진행…상호 이익 맞아떨어진 경협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오른편에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소재 공기업과 북한 대외경제성이 신의주-단둥(丹東) 구간 ‘국경 물류 특구’ 구축을 포함한 새로운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25일 “이달 중순 선양에서 현지 공기업과 조선(북한) 대외경제성 실무팀의 비공개 협상이 진행됐다”며 “여기서 중국 측은 현대식 물류센터와 통관 시스템을 포함한 ‘국경 물류 특구’ 공동 구축 계획안을 조선 측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동북 진흥 계획과 맞물려 성사된 것으로, 실제 협상에서는 랴오닝성 단둥-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북중 접경 지역을 물류 특구로 조성하는 전략적 경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북중 양측이 이번 협상에 적극 나선 이유에 대해 “우선 중국은 랴오닝성의 중조(북중) 교역 확대 미래 기반 마련을 통해 접경 지역 지방경제를 부흥시키려는 목적이고, 조선은 극심한 외화 부족과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2027년 초까지 북중 접경에 도로·철도 등 교통인프라 건설에 투자해 무역 효율성을 높이는 계획을 북한 측에 제안했다. 북측은 이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일부 물류 운영권과 통관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측은 신의주에 봉제, 조립 공장을 포함한 경공업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물류 거점에서 더 나아가 자체 생산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 기반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기존에 중조 간 이뤄진 경협 논의들과 비교해 이번 협상에서 질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북중 경협 논의는 주로 국경 무역 활성화와 물류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경공업 기반 구축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에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투자하고 북한이 수동적으로 이에 의존하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북한이 자체 생산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토대를 다진다는 점에서 보다 진화된 경제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 협상이 랴오닝성의 지방 경제난 해소, 조선의 지방발전 정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적인 논의가 계속 진행된다면 2~3년 내 중조 경협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선양 현지에서 진행된 이번 1차 협상에 이은 2차 후속 협상 논의는 신의주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은 북중 접경 지역을 신성장 거점으로 삼으려는 중국과 지방경제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려는 북한의 상호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향후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