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발언 제대로 적었나 ‘말씀 노트’ 검사하자 반응이…

문헌학습 하면서 노트 점검하겠다 하자 화들짝…여맹원들, 새 노트 제출하며 뻔뻔스럽게 나와

북한 주민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받아 적는 노트.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이 여맹원들을 대상으로 문헌학습을 하면서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정리한 노트를 검사하고 나서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 19일 숙천군 여맹이 문헌학습을 하면서 여맹원들의 ‘말씀 노트’를 점검했다”며 “지금까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말씀을 노트에 제대로 정리해 왔는지를 검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수령 우상화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문헌학습’을 실시한다.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나와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반복 시청하게 하거나 지시 사항을 노트에 받아 적게 하고 외우게 하는 북한 특유의 정치사상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숙천군 여맹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복구 현장과 지방공업공장 건설장 등을 돌며 발언한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해 받아 적게 하는 문헌학습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여맹원들이 각자 말씀 노트에 이를 제대로 기록, 정리해 뒀는지 일일이 점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맹 조직에서 갑자기 말씀 노트를 점검하겠다고 통지하자 여맹원들은 크게 당황하며 급하게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미진한 부분은 다시 적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갑자기 말씀 노트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해 여맹원들이 화들짝 놀랐다”며 “말씀 노트 상태를 간혹 점검하긴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갑자기 점검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라 여맹원들은 급하게 다른 사람의 노트를 빌려 베껴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맹원들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새 노트를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맹 초급 간부들이 새 노트를 제출한 의도가 뭔지 묻자, 해당 여맹원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 노트에 말씀을 한자 한자 새기려고 한다”는 등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자 초급 간부들은 “그래도 상부에서 검열이 나올 때를 대비해 두세 달 정도의 학습 내용은 꼼꼼하게 기록해둬야 한다”고 당부하며 비어 있는 새 노트를 그대로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다수의 여맹원이 아무것도 안 적힌 새 노트를 들이밀며 뻔뻔스럽게 나오니 초급 일꾼들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여맹원들 속에서는 학습에 참여하는 것만도 피곤한데 내용을 다 받아 적었는지 안 적었는지, 글씨는 제대로 썼는지 못 썼는지까지 검열하는 것은 정말 너무 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들어 악에 받친 사람들이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