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군단 부대들, 때아닌 명절 공급 경쟁…군인들 간만에 화색

"이렇게 잘 먹고 잘 휴식한 광명성절은 처음" 흡족해 해…“가장 좋은 정치사업은 후방 사업"

경례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인민군 8군단이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맞아 산하 부대들에 넉넉한 후방 물자 마련을 지시해 때아닌 경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김에 군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식탁을 맞았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8일 “염주군 일대에 주둔하는 8군단 소속 구분대들이 광명성절 맞이 후방 물자 마련에 경쟁적으로 나섰다”며 “군단 후방부에서 공급한 쌀과 기름, 고기 외에 구분대들이 따로 마련한 물자도 적지 않아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8군단 소속 부대들은 부업지에서 수확한 콩 등 농산물은 물론 오리나 거위 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을 자체적으로 확보했고, 또 주변에 있는 지방공업공장이나 양어장 등에서 식재료를 받아 실제 이를 명절 음식으로 군인들에게 공급했다고 한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 부대의 16일 식사 차림표에는 쌀밥, 돼지고깃국, 찰떡, 삶은 계란, 국수, 잉어요리, 음료수 등 다양한 메뉴가 포함됐다.

각 부대 지휘관들은 명절 당일 급식 반찬의 가짓수와 양을 늘려야 한다며 다른 부대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다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대에서 마련한 후방 물자와 명절 음식 공급 내용이 각 지휘관의 인사고과와 부대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쟁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대별 경쟁이 벌어진 덕분에 명절 당일 음식이 풍성하게 제공되면서 군인들의 얼굴에는 간만에 화색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 하전사는 ‘군사복무 3년 중 이번 광명성절에 제일 배부른 식사를 했다’, ‘이전에는 보기 힘든 풍성한 명절 음식에 배 터지는 날이 됐다’고 흡족해했고, 또 다른 하전사도 ‘난생 처음 잉어요리를 먹어봤는데, 배꼽이 생긋 웃음 지어질 정도로 기분 좋게 먹었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 군인들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16일과 17일 이틀간 휴식하면서 여러 가지 종목의 체육 경기를 하기도 하고 오락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군인들 속에서는 “이렇게 잘 먹고 잘 휴식한 광명성절은 처음”이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소식통은 “군인들에게 가장 좋은 정치사업은 선전선동이 아니라 후방 사업”이라며 “국가가 군인들에게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면 사상교육을 할 게 아니라 잘 먹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