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의 도급기관을 담당하는 안전원들이 뒷주머니를 챙기기 좋은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인사 청탁과 로비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회질서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생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모양새다.
10일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안전원들은 맡은 기관과 지역에 따라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난다”면서 “도급기관을 맡은 안전원들은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할 기회가 적다 보니 ‘먹을 알’(사적 이익)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급기관이라도 도 육아원과 같은 기관을 맡으면 기름과 쌀과 같은 물품을 확보할 기회가 있지만, 그 외 다른 도급 행정기관의 경우에는 별다른 부수입이 없어 안전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낮은 자리로 꼽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혜산시 한 분주소(파출소) 소속 50대 안전원이 맡은 담당 기관보다 더 먹을 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려 나섰다가 문제시돼 시 안전부 비판 무대에 오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이 안전원은 분주소장을 찾아가 “담당 기관에서 몇 년간 사건사고가 없었으니 다른 곳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안전원이 이런 요청이 ‘사적인 이익을 위한 청탁’으로 간주돼 시 안전부에 보고되면서 비판 무대에 서게 됐다.
맡은 기관, 지역에서 누가 보든 말든 헌신적인 복무 정신을 발휘해야 함에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자리 이동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현재 안전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밀수촌으로 알려진 혜산시 혜탄동, 혜신동, 탑성동, 강안동, 연풍동 등”이라며 “국경이 가까울수록 그만큼 불법 행위도 많을 수밖에 없어 안전원들이 밀수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뒷주머니를 챙기기가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자리 이동 문제는 분주소장 등 책임일꾼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안전원들은 상부에 뇌물을 바쳐가면서 아첨과 아부를 일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융통성이 있고 처세에 능한 안전원들이 밀수촌을 맡는 경우가 많다”며 “뇌물을 써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현실 감각이 부족한 안전원들이 뭣도 없이 담당 기관이나 지역을 바꿔 달라고 하면 오히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둔한 사람으로 취급된다”고 했다.
북한 안전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경제적인 부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급이나 배급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단속 과정에서 얻는 부수입이 안전원들에게는 생계유지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실정이 이렇다 보니 안전원들의 불법 행위 단속은 점점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며 “비사회주의 행위가 제대로 단속되지 않고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