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위안 환율 큰폭으로 떨어져…곡물 가격도 하락 양상

춘절 기간 북중 무역 거래 주춤해 외화 수요 감소…북한 당국의 시장 가격 통제도 영향 미친 듯

중국 위안화. /사진=pixabay

지난해 연일 고공행진했던 북한 시장 물가가 최근 한 달 넘게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 원·위안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2300원으로, 지난달 18일 조사 가격인 3000원보다 2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안북도 신의주나 양강도 혜산에서도 비슷한 폭으로 북한 원·위안 환율이 떨어졌다. 혜산의 경우 지난 2일 기준 1위안이 북한 돈 2450원에 교환됐는데, 이는 지난달 18일 조사 당시 환율에 비해 22.2% 떨어진 것이다.

연일 오름세를 보였던 북한 원·위안 환율이 이렇게 큰폭으로 하락한 것은 2020년 코로나 국경 봉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에 이어 계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일 평양의 원·달러 환율은 2만 1000원으로,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18일 당시 환율(2만 1700원)보다 3.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폭으로 달러 환율이 떨어졌는데, 지난 2일 기준 신의주의 원·달러 환율은 2만 1050원으로, 2주 전보다 3.3% 하락했다. 위안화 환율보다는 하락폭이 작지만 달러 환율 역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북한 내부 시장의 외화 환율이 하락한 것은 중국의 춘절(春節·음력설) 기간 북중 간 무역 거래가 주춤했던 것이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주일이 넘는 춘절 연휴 기간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이 정상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북중 간 무역 거래도 일시적으로 중단돼 북한 내부의 외화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시장의 곡물과 수입 재화 가격도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기준 평양과 헤산의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8000원, 83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보다 각각 1.2%, 2.4% 하락했다.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 하락폭은 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 가격은 3000원으로, 지난달 18일 조사 때보다 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 당국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가격 사업 개선’을 논의한 이후 각 지역 인민위원회 상업부를 통해 ‘제멋대로 물가를 상승시키는 행위는 반사회주의적 태도’라는 내용의 지침을 하달한 것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원회의 이후 북한 당국은 주요 공식 시장 내 시장관리소를 통해 상인들에게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팔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시장 상인들 모아놓고 “국정가격 준수해 장사하라” 강연)

북한 당국이 일률적으로 가격 상한선을 제시하고 해당 가격으로 물건을 팔도록 압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크게 올려 파는 행위를 문제 삼으면서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개 2월부터 5월까지는 식량이 떨어지는 춘궁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향후 북한 시장 곡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을 통해 기존보다 많은 양의 식료품을 수입한다면 시장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