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수재민들이 최근 새 집에 입주한 이후 북한 매체가 연일 최고지도자의 ‘애민정신’과 당의 ‘배려’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수재민들의 새 집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물론이고 이들을 위한 입주 선물까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세외 부담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국가의 배려가 아니라 주민들의 고혈로 만들어진 집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3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 지역 주택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애민주의를 부각하기 위한 도당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당을 비롯한 각 조직에서는 수재민들의 입주 축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재민들에게 전달할 입주 선물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현금을 각출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신의주시 시장관리소도 수재민들을 위한 지원물자를 마련해야 한다면 상인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를 지시했다.
신의주시 남민 농민시장에서 물건을 파는한 주민은 “지난 23일에 시장관리원으로부터 형편에 맞게 지원 물자를 마련하기 위한 비용 마련에 참여하라는 포치(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말이 좋아 자발적인 참여이지 사실은 모든 장사들이 강제적으로 돈을 내야 한다”며 “이런 포치를 모른는 척하면 매대 자리 배정 같은 것으로 사람을 고달프게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돈을 내지 않겠는냐”고 한탄했다.
이렇게 수재민들이 새집에 입주한 후에도 입주 선물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또다시 세외 부담이 전가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누가 뭐래도 올해 제일 복 터진 사람은 수재민들”이라며 “수해를 당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7월 말 평안북도, 자강도 등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자 수재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매달 세대당 북한돈 1만원을 납부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수재민들이 입주할 아파트를 건설 할 때도 자재, 건설 공구, 건설 돌격대에 제공할 부식물까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시켰다.
심지어 아파트 건설 완료 후 마감 청소에 필요한 청소 도구 마련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제 수해 지역 살림집 준공식도 끝나고 이 지긋지긋한 수해 지원 타령이 끝나나 했는데 또 다시 선물 물자 마련이라니 정말 힘들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물자 지원에 강요 당하는 삶을 살아야하는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