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상교육’ 명목 대학생 세부담 점검…실질 대책 나오나?

학생들, ‘요식행위’라며 비아냥...대학 교수들, ‘지금은 적당히 처리해야’ 암묵적으로 압박

지난 4월 초 열린 새학년도 개학모임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일부 대학에서 재학생들 대상으로 세부담 실태 조사에 돌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관한 기대감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대학교수들은 대충 조사에 임하라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평양경제기술대학은 평양시 당위원회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대학 청년동맹위원회에 학생들의 세부담 항목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여기서 세부담은 각종 명목으로 내는 돈을 말하는데, 학교 측은 교과서와 교복, 난방비, 시설 유지비 등을 학생들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북한 당국이 표방하는 ‘무상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의도로 이 같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2021년) 연설 등을 통해 직접 ‘세외부담 척결’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사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 사이에서는 ‘요식 행위’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이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교육 현대화 제도가 오히려 세부담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관해 소식통은 “콤퓨터(컴퓨터), 티비(TV), 원격교육 프로그람(프로그램)에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선, 탁상 전구(조명) 등 당의 교육정책 실현 과정에 제기되는 모든 게 학생들의 세부담을 통해 보장되고 있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외에도 학생들은 학부와 학과에서 요구하는 실험 기자재, 구입비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당(黨)에서는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미래 인재 양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담보도 보장도 안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세부담 실태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오히려 너무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대학의 비리를 공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지금은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열성이 말썽이 돼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며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권유하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자 일부 학생들은 “세부담을 없애기 위해 조사를 한다는 말에 더 화가 난다”면서 소대장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도 발생했다고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학년말이 되니 학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업(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을 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조사는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서 자전거를 이용해 주변 구역에서 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실어나르는 일로 돈을 벌어 교수들에게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