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시장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특히 쌀 가격과 위안 환율이 큰 폭으로 올라 주목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평양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은 2만 1000원으로 조사돼 2주 전인 지난달 24일보다 1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혜산의 경우 7일 달러 환율은 2만 1400원으로 2주 전보다 18.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원·위안 환율은 달러보다 상승폭이 훨씬 두드러졌는데, 7일 신의주에서 위안 환율은 1위안에 3200원, 혜산은 321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각각 33.3%, 33.8% 폭등했다.
그동안 원·위안 환율은 2000원대가 유지됐으나 최근 북한 전 지역에서 3000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북한 내 각 기관이 연말 총화를 앞두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자재 수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외화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지속적인 외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외화 수요 증가 및 외화 통용 확대, 북한 당국의 환전 통제로 인한 외환 거래 수수료 증가 등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이렇게 북한 외화 환율이 다시 한번 크게 치솟으면서 북한 시장 물가도 출렁이는 양상이다.
지난 7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9250원에 거래돼 2주 전인 지난달 24일 가격(8000원)보다 15.6% 급등했다.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이 1kg에 9000원을 넘어선 것은 본보가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이다.
북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 쌀 가격이 급등했는데,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양강도 혜산이었다. 실제 지난 7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945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15.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12월 초중순경에는 그해 수확한 햅쌀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올해는 햅쌀 공급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치솟은 것은 북한 주민들의 평균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효과, 외화 환율 상승 및 내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식량 공급 감소, 국돈(북한 돈) 대신 쌀로 물건을 결제하는 현상 확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상승폭이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평양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1kg에 4000원으로 나타났으며, 혜산 시장에서는 옥수수 1kg이 4300원에 거래돼 2주 전 조사 때보다 각각 2.6%, 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과 비교할 때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현재 북한 전 지역의 옥수수 가격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높아진 상태다.
다만 옥수수의 경우 예년에 비해 올해 농사가 잘된 편이어서 시장 공급량이 비교적 많고, 쌀처럼 상품 거래 시 화폐 대용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지 않아 쌀보다는 수요가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 외화를 벌지 못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생활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딸라(달러)나 비(위안)을 크게 만질 일이 없는 주민들은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끼니를 건너뛰고 먹는 걸 줄이고 있다”며 “강냉이도 없어 강냉이가루로 죽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소액 단위의 물건을 팔거나 먹거리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외화를 벌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같은 때에는 딸라나 비를 벌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아 절량세대(絶糧世代·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분위기가 스산할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