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 열풍 선전하더니 급기야 ‘탄원학급’ 강제 지정 추진

항의하는 학부모들로 학교 아수라장…"탄원학급 선정되면 가만 있지 않겠다" 교사 겁박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2월 21일 평안북도에서 지난 1월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 부문들에 탄원(어려운 곳에 자원해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험지 탄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 교육성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중 일부 학급을 ‘탄원학급’으로 지정하라는 지시를 내려 학부모들의 항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6일 “교육성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5일 도(道) 교육국이 도내 고급중학교 졸업 예정 학급 중 일부 학급을 탄원학급으로 선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로 인해 학교마다 탄원학급 선정 문제로 아수라장”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자식이 속해 있는 학급이 탄원학급으로 선정되지 않게 하려고 학교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요새 학교들이 떠들썩하다는 얘기다.

북한에서 고급중학교 졸업 예정자들은 보통 대학 진학, 군입대, 기업소 취업 등으로 진로가 나뉘는데, 이 중에서 일부는 탄광, 광산, 농촌 등 이른바 험지로 탄원해 진출하기도 한다.

학생 중 일부가 당원이 되고 싶다는 이유에서 자발적으로 험지 탄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탄원 대상자를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탄원학급으로 지정되면 해당 학급 학생들은 무조건 험지에 배치돼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거나 보다 편한 기업소에 취직시키기 위해 뇌물을 쓰는 등 어떻게든 자녀가 험지에 배치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탄원학급 지정 지시에 학교 항의 방문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학부모들은 “만약 우리 애 반이 탄원학급으로 선정돼 자기 길을 가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애꿎은 담임 교사들을 겁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교사들은 “모든 것이 돈이면 해결되지만, 이런 경우에는 권력이 중요하다”, “권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탄원학급 지정을 막는 것은 담임 교사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학부모가 도당 등 권력기관에 인맥이 닿으면 되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부들은 권력기관에 인맥이 닿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인맥이나 권력이 없는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자녀를 위해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 인민위원회에도 고급중학교 탄원학급 지정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도 탄원학급 지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인민위원회는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려고 무척 고심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