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밀가루 음식을 권장하며 식생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안남도 숙천군에서는 밀가루 음식에 관한 방식상학(方式上學)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숙천군에서는 이달 중순 “러시아와의 무역 확대로 향후 밀가루 음식이 주식이 되는 시기가 올 테니 이를 위한 준비 사업을 하라”는 북한 당국의 방침에 따라 주민들에게 밀가루 음식의 효능과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방식상학이 한 주 동안 진행됐다.
도내에서 시범으로 진행된 이번 숙천군 방식상학에서는 밀가루가 각종 비타민과 광물질은 물론 기름질(지방)과 단백질도 풍부한 식량이라며 이를 주식으로 삼으면 주민들이 풍요한 음식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밀가루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학적으로 좋은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고, 그 속에 포함된 필수 영양소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밀가루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면 신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아울러 밀가루가 다른 곡식보다 영양가가 더 높아 동맥경화, 당뇨, 변비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며 건강에 매우 이롭다는 점을 선전했다.
밀가루 음식이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에 유익하다는 점을 여러 방면으로 설명하며 ‘밀은 흰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민들의 팽배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번 방식상학이 진행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방식상학에서는 밀가루로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면서 밀가루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방식상학을 받은 주민들은 “교육은 교육대로 머물 것”이라면서 “밀가루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여러 가지 설명을 해도 현실적으로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은 먹을 밀가루가 없는 현실과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좋으니 대대적으로 섭취하라고 권장하는 당국의 선전에 큰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정착시키려는 당국의 시도가 주민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밀가루가 국내에 들어와서 주식으로 자리를 잡자면 어디까지나 쌀보다 밀이 많아야 할 것인데 아직 현물이 없는 밀가루를 놓고 주식을 논하니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뱃속에 없는 아기를 놓고 미리 아기 낳을 준비를 서두르는 것과 같다며 가상(假想)한 일이라고 비웃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주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밀 재배 면적을 확대하는 한편 밀 가공 공장의 개건 현대화 공사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