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다가오자 중국 내 탈북민들 우울감 폭발…이유는?

올해 목표했던 한국행 이루지 못했다는 좌절·절망감 사로잡혀…한국행 성공 소식 접하면 더 우울

풍서 두만강 투먼 중국 지린성 양강도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연말이 다가오면서 중국 내 일부 탈북민들이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반드시 한국에 가리라 다짐했으나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절망감이 주된 원인이라는 전언이다.

29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연말이 되면서 중국에 사는 일부 탈북민들이 평소보다 더 우울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우울감을 호소하는 탈북민 대부분은 올해 반드시 한국에 가리라 다짐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들”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한국행을 하다 단속돼 옥살이하는 다른 탈북민들의 소식은 물론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민들에 대한 소식도 대대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올해 초부터 한국행을 결심하고도 단속될까 두려워 지금껏 실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탈북민들이 후회와 절망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무사히 도착한 탈북민들의 소식을 들으면 용단을 내리지 못해 여전히 중국에 남아 있는 자신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지고 자책감마저 들기 때문이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살고 있는 한 30대 탈북민은 “올해는 죽으나 사나 반드시 한국에 가리라 마음먹었지만 가다가 잡히면 북송이라는 큰 압박감으로 여태 생각만 하면서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 속에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면 내가 너무 바보가 된 것 같고,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후회로 내가 막 미워지기도 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들어 괴롭다”고 말했다.

선양에 사는 또 다른 탈북민 20대 이모 씨(가명)도 “누군가 한국에 가다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쪽으론 떠나지 않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근데 또 한쪽에서는 한국에 무사히 도착한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니 마음이 급해지고 줌자리다(주저하다)가 한해를 그냥 보냈다는 생각에 허무함도 밀려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탈북민들은 연말과 연초인 12월과 1월에 집을 나서면 불운이 따른다는 미신에 좌우돼 더 큰 우울감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이 씨는 “지금이라도 떠나려고 보니 올해도 얼마 안 남았다. 12월과 1월에는 집을 떠나면 나쁘다는데 이제 브로커를 찾아 준비하노라면 12월이 된다”며 “막무가내로 떠났다가 혹시라도 정말 불운이 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생겨 올해가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북민들은 한국행에 대한 열망과 단속과 북송에 대한 불안, 미신에 따른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에 뒤얽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여기(중국) 사는 탈북민들은 원래도 연말이 다가오면 고향 생각으로 우울해하는데 요즘은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민들의 소식이 그들의 우울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오직 한국에 갈 생각으로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한국행에 성공한 것에 대한 부러움과 자기는 나서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탈북민들은 지금도 한국에 가서 불법 체류자가 아닌 신분을 가지고 자유를 누리며 사는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내년에는 한국에 가는 길이 좀 더 안전해져 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