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 들고 강연회 참가한 30대 청년, 집중 비판 받아

사상투쟁회의서 비판한 청년들 뒤돌아 불만 토로…소식통 "망신주기식 방식은 실제로 효과 없어"

평양 능라물놀이장 곱등어(돌고래)관 앞.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는 주민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휴대전화를 몰래 들고 강연회에 참가한 30대 청년이 사상투쟁 무대에 세워져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책시에 사는 김모 씨(가명)은 지난 9일 직장에서 진행된 강연회에 휴대전화를 몰래 가지고 참가했다가 발각됐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 열린 사상투쟁회의에서 집중 비판을 받았다.

사상투쟁회의 무대에 올려진 김 씨는 우선 자기비판을 한 뒤, 이어 다른 직장 동료들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비판의 내용은 대체로 “청년들은 당의 후비대라고 하신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지 않았다”, “청년동맹원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생활했다”, “개인주의에 물들었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이런 비판을 듣는 내내 머리를 푹 숙인 채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그는 동무에게서 받은 통보문(문자)에 답장하다가 발각됐다”며 “이번에 처음 발각된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사상투쟁회의에서 비판하는 정도에 그쳤지,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마 행정적·법적 처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동통신법’을 통해 주요 행사와 회의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참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내부 정보 유출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이를 위반하면 정도에 따라 행정적·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를 개최하고 이동통신법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 이동통신법에는 이동통신말단기 이용에서 지켜야 할 요구 등에 대한 규제가 더 구체화됐는데, 실제 법 제35조 1항은 “중요 행사와 회의에 손전화기(휴대전화)를 가지고 참가할 수 없으며 금지된 지역 또는 건물 안에서 손전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43조 5항은 제35의 요구를 어겼을 경우 책임 있는 자에게 경고·엄중경고 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 노동교양처벌을 주며, 여러 번 어겼을 경우에는 3개월 이상의 무보수 노동, 노동교양처벌 또는 강직·해임·철직 처벌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상투쟁회의에 참가한 청년들은 뒤돌아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비판을 목적으로 조성된 자리에서 비판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청년들은 겉으로는 비판에 진심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가까운 친구들끼리는 뒤에서 불만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청년들 속에서는 손전화를 가지고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원래부터 컸다”면서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겪으며 이러한 규제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런 식의 강압적이고 망신주기식의 방식은 패기에 찬 젊은 청년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 반감만 불러올 뿐”이라며 “이런 통제 방식은 실제로는 효과도 없고 청년들에게 통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