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회령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이 올해 가을에도 어김없이 내려진 약초 과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개인에게 할당된 약초 과제량이 상당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는 지난달 말 시내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에게 이달 말까지 1인당 3~5kg의 약초를 바칠 것을 지시했다.
약초 수집 사업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진행되는 사업으로, 원래는 병원 등에만 약초 과제가 내려졌으나 언제부터인가 모든 주민에게 내려지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회령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이 수집해야 하는 약초 품목은 감초, 황기, 오미자, 구기자 등 18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다만 그중에서도 시에서는 특별히 중국 시장에서 많이 거래되고 있는 황기와 오미자, 구기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시에서 약초를 팔아 외화를 벌어 공장·기업소를 가동시키겠다는 명목으로 약초 과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잘 팔려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이 많이 요구하는 약초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약초 과제를 내리면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이 산에서 약초를 뜯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제량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시간을 주는 게 아니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소식통은 “약초를 캐려면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해 전문 약초꾼들이 아니면 사실상 약초 캐기가 쉽지 않다. 용빼는 수가 없으니 사람들은 약초 시간을 받고는 시장에서 약초를 사서 바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사람들 속에서는 ‘결국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 여기(북한)서 황기 1kg은 입쌀 1kg 가격과 맞먹는다”며 “하루 종일 장마당에서 돈을 번다고 해도 입쌀 1kg을 살 정도 벌이도 어려운 상황이니 노동자들에게 약초 과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회령제지공장의 한 노동자는 약초 3kg을 내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한 달간 그렇게 많은 과제를 주면서 약초 시간을 5일만 주는 건 말이 안 된다. 장마당에서 사서 바치라는 말이 아닌가”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당에서는 주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이런 건 당정책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나서 세외부담 척결을 강조한 바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외부담 과제가 내려지고 있어 당과 국가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눈 감고 아웅하는 당중앙’,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는 간부들만 외치면 되는 구호’라며 야유하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공장·기업소 행정 간부들에게 ‘내가 나오지 않으면(출근하지 않으면) 약초 뜯으러 갔다고 생각하라’면서 항의에 가까운 협박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