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원·안전원, 송금브로커 서로 잡겠다 ‘실랑이’…단속 혈안

소식통 “인민반장에 보위원, 안전원의 정보원들까지 감시…철창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 같아"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보위부와 안전부가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소통하며 송금하는 일을 하는 브로커를 서로 잡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기관들이 그만큼 혈안이 돼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함흥시에서 송금 브로커와 탈북민 가족이 동시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송금 브로커 김모 씨는 한국에 있는 탈북민의 요청으로 북한에 있는 그의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 주기 위해 함흥시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씨는 탈북민 가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집 주소를 몰라 지나가던 한 주민에게 “내가 ○○의 친척이 되는데, 오랜만에 찾아오니 집을 잘 모르겠다”며 탈북민 가족의 집을 물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 김 씨는 탈북민 가족에게 자신이 왜 찾아왔는지를 설명하고 1000달러를 건넸다. 또 돈을 송금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탈북민 가족이 돈을 잘 받았다고 말하는 모습, 이들이 돈을 보낸 탈북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김 씨가 동영상을 찍고 곧바로 집을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보위원 2명이 들이닥쳐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해외에서 송금된 돈을 전달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특이한 점은 보위원들과 김 씨 그리고 탈북민 가족이 뒤엉켜 있는 사이 2명의 안전원까지 집에 들이닥쳤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 당국은 보위원과 안전원들을 동원해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및 해외 송금 브로커를 색출하기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송금 브로커를 잡겠다며 보위원들에 이어 안전원들까지 들이닥친 것은 북한 보위부와 안전부가 현재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및 해외 송금 브로커 단속에 불을 켜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내달 연말 총화를 앞두고 보위원과 안전원 모두 실적을 내려고 열을 올리는 상황이어서 앞다퉈 서로 자신들이 김 씨를 끌고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보위부 쪽에서 김 씨와 탈북민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게 됐다. 보위부가 먼저 현장에 들이쳐 김 씨를 체포하려는 상황이었고 또 중국 휴대전화 사용과 해외 송금 행위는 간첩 활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위부가 이런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 이후 함흥시 주민들은 보위부와 안전부의 감시와 단속이 한층 강화됐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김 씨가 탈북민 가족의 집을 찾아갈 당시 길가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지나는 주민 1명에게 집을 물어봤을 뿐인데 보위원뿐만 아니라 안전원들까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평소 감시 대상이던 탈북민 가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에 대한 감시도 훨씬 심해졌다”며 “송금 브로커도 이런 실정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조심성 없이 움직이다 화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은 인민반장부터 시작해 보위원, 안전원, 그들이 심어 놓은 정보원들까지 감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한탄했다.

한편 체포된 송금 브로커 김 씨는 함흥시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은 이후 본래 거주지의 보위부로 이송된 상태며, 그와 함께 체포된 탈북민 가족은 최소 단련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