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사상 접하면 법적 처벌” 으름장에도 대학생들 ‘시큰둥’

대학생·청년 사상 강연 조직 지시 받은 안전부 안전원들도 피로감 호소하며 불만 토로

북한 학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적대국의 사상적 침투를 방어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인데, 정작 대학생들은 의례적인 강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회안전성은 지난달 말 황해남도 안전국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강연회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주시 안전부는 중앙에서 내려온 강연자료를 바탕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흘간 해주시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해설대원들과 함께 해주시 내 20여 개의 대학 및 전문학교들을 돌며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과 ‘적들의 사상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됐고, 특히 반동사상에 해당하는 외부 문화를 접할 경우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등에 근거한 법적 처벌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내용도 언급됐다.

또 현재 인민군 장병들과 청년돌격대원들이 국가수호와 건설 현장에서 창조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학생들과 청년들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역군으로 성장하는데 중심을 두고 생활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그러나 강연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매번 반복되는 사상 강연일 뿐”이라며 크게 호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핵무력 강화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등장하자 일부 학생들은 “핵무력 개발이 우리 생활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들 대부분은 강연 내용보다는 강연을 주도하는 여성 해설대원들에게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편, 시 안전부 안전원들은 강연회 조직 지시가 내려온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주시 청년동맹은 2~3명으로 구성된 4개조의 해설대를 두고 있는데, 이들만으로 해주시에 있는 20여 개 이상의 대학과 전문학교를 열흘 내에 다 돌며 강연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소식통은 “안전원들은 서로 청년동맹 해설대원을 데려가겠다고 씨름질을 벌였다”며 “이렇게 시 청년동맹 해설대원 인원이 적은 문제로 강연 진행에 어려움이 있자 안전원들은 청년동맹에 자체적으로 해설대 인원을 보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전원들은 이 같은 지시가 최근 수시로 내려오는 데 대해 상당한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안전원들은 맡은 지역 인민반 강연을 조직하는 것만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대학생들과 청년 대상 강연에까지 얽매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여러모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