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하며 마약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력 기관 간부들이 마약 유통에까지 가담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당위원회나 보위부, 안전부 등 권력 기관 간부들이 필로폰이나 아편 등 마약을 흡입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유통해 돈벌이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자신이 소비할 마약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간부들 스스로 마약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간부들이 마약에 쉽게 중독되는 것은 권력을 등에 지고 단속을 피해 갈 수 있어 마약상들이 조직적으로 이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부들은 술을 마시다가도 ‘장군님코 뺑긋 한 번 하자’라는 은어를 사용하며 마약 흡입을 서로 권유하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의하면 북한에서 ‘얼음’이나 ‘빙두’라고 불리는 필로폰은 1g에 150위안(한화 약 2만 9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150위안이면 북한 돈으로는 30만원에 해당하고, 이는 1kg에 7000원 수준인 쌀 42kg을 살 수 있는 액수다.
상당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간부들은 이에 직접 마약 유통에 뛰어들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 생산되는 빙두 1g이 중국에서는 2000~3000위안(한화 약 38~58만원)에 거래된다”며 “중국에 수출하면 최소 10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니 중국에 나가 있는 무역일꾼을 통해 마약을 밀수하려는 시도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초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시행된 이후 지방 무역회사들은 물론 각 기관의 개별적 무역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이 기회를 노려 북한산 마약을 중국에 밀수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권력 기관 간부들이 이런 마약 거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마약범죄방지법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7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마약의 불법 채취나 제조, 밀수 거래 행위 시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명시한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소식통은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성행하고 있는 것은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간부들이기 때문”이라며 “간부들의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중앙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마약을 흡입할 정도로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고급중학교 학생 6명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주민들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