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 내·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각 지역 상업은행에 예금 유치 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조선중앙은행과 내각 국가계획위원회는 도별 상업은행에 경제난과 외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정책을 강화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이번 지시는 각 지역 상업은행이 외화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상업은행들은 기업소를 찾아 다니며 은행을 통해 외화 결제나 대금 납부를 할 것과 기업소 직원들이 저축 상품에 가입할 것 등을 종용하고 있다.
조선중앙은행과 내각의 이번 지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개성시 상업은행의 외화 유치 활동을 중앙이 직접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개성시의 기업소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의 경우 인삼 같은 특수 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이용해 술이나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소나 주민이 많아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소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현재는 개성에 있는 기업소들도 자체적으로 무역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로 인한 외화 수익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개성시 상업은행은 기업소가 언제든 자금을 예치하고 인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대금 결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시 상업은행은 기업소 대상 예금 유치 활성화를 위한 은행 체계 보강 분과(팀)를 따로 구성한 상태이며 지난달 30일부터 공장·기업소를 찾아가 자금을 은행에 예치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 및 은행 대금 결제 체계의 편의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 상업은행은 인민반을 찾아다니면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저축 상품을 설명하고 이를 가입하도록 권하고 있다.
북한의 지역 상업은행들이 기업소를 찾아다니며 소속 직원들에게 저축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직접 인민반을 돌며 저금을 종용하니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상업은행이 일반 주민에게 직접 저금하도록 하라고 찾아다니는 일은 처음 겪는다”며 “국가가 은행을 통해 주민들의 돈을 끌어내려고 여러 가지로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주민들은 시 상업은행의 저금 권유에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은행에 돈을 넣느냐”, “공업지구가 있을 때나 돈을 만졌지, 지금은 그럴 돈도 없다”, “외화를 돌릴 길이 없는데 어떻게 저금을 하냐”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에서 개성시 상업은행의 외화 유치 활동을 관리하겠다고 나서자 해당 은행 직원들은 “우리가 직접 외화를 만들어 내야 하나”, “다들 돈이 없는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실적을 내겠느냐”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기업소나 주민들에게 저금을 많이 하라고 강요해도 나올 것이 없다”며 “국가가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애꿎게 상업은행들만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